“매년 산모 3000명 출산 뒷바라지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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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전문병원 계열의 의대 총장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산모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차병원 그룹 CHA의과학대학교(옛 포천중문의대) 박명재(63·사진) 총장은 14일 “저출산 시대를 맞아 출산 지원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당장 젖병 살 돈도 없는 취약 계층 산모들은 소외되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지원 행사를 소개했다.

박 총장은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월드휴먼브리지(대표 김병삼 분당만나교회 담임목사)의 공동 상임대표다. 월드휴먼브리지는 21일 오후 3시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형편이 어려운 산모들에게 젖병·배냇저고리 등 10만~15만원 상당의 출산용품을 제공하는 ‘모아(母兒)사랑’ 행사를 연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하는 태교 강좌, 클래식 태교 음악회도 함께 열린다.

‘모아사랑’ 1차 행사는 저소득·장애인·미혼모·탈북자·다문화 가정 등 취약 계층 산모 250명이 대상이다. 해마다 3000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남양유업에서도 연간 1억7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한다.

박 총장은 “옛날엔 이웃이 아이를 낳으면 쌀밥이라도 한끼 해먹으라고 쌀 한 줌에 미역 꾸러미 들고 찾아가지 않았느냐”며 “아이를 환영하는 그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총장도 이웃 아주머니의 출산 바라지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어른들이 다 밭에 일하러 가셨는데 ‘우리 엄마가 지금 아이를 낳았다’면서 옆집 꼬마가 허둥거리며 찾아왔더라고요. 까까머리 중학생이던 제가 불 피워서 미역국까지 끓였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하하.”

박 총장은 “산부인과 전문병원이 얻은 수익을 저소득층 산모에게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6년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는 CHA의과대 학생들은 입학식과 졸업식 때 ‘내가 받은 장학금을 언젠가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한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노무현 정부 때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다. 지난해 관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의대 총장에 취임했다. 그는 “지자체에서 취약 계층 산모를 파악해서 도움을 요청하면 ‘모아사랑’ 행사를 그곳에 찾아가서 열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모아사랑’ 출산용품 지원을 받으려면=모아사랑 카페(cafe.daum.net/whb789)나 팩스(02-2277-1877), 우편으로 신청서와 지원 사연을 받는다. 문의 02-2277-2131~2.

글=구희령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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