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치실험 첫 성적표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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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이 도입한 새로운 정치실험의 결과가 9일 드러난다. 제주(9일)·울산(10일)에서 대선후보 경선의 뚜껑이 열리는 것이다.

중앙일보의 사전 여론조사 결과 두곳에서 이인제(李仁濟)·노무현(盧武鉉)후보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 뒤를 한화갑(韓和甲)후보 등이 추격 중이다. 제주·울산 투표 결과는 전체 경선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관심이 크다.

각 캠프의 분석을 종합하면 제주도는 이인제 후보가 다소 앞서 있는 가운데 노무현·한화갑·정동영(鄭東泳)후보가 바짝 쫓고 있다. 李·韓후보는 당내(전국대의원+일반 당원 선거인단)에서, 盧·鄭후보는 국민선거인단에서 강세다. 일단 각 후보 진영에선 7백92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2백~2백50표를 얻으면 1위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판이 과열되면서 혼탁해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울산에서는 8일 한 선거운동원이 유력후보 진영에서 4백만원을 받았다고 양심선언 했다. 유력후보측에선 "경쟁후보 진영이 파견한 프락치"라고 역공했다.

韓후보는 제주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대의원 모집에)경품을 내걸거나 일당을 주고 보험설계사 등을 동원하는 등 변칙이 많았다"면서 "이런 식이면 누가 경선에 승복하겠느냐"고 말했다.

후보들은 8일 밤 MBC-TV 합동토론회에서 돈선거와 부패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김중권 후보는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겠느냐"며 정치자금법의 현실화 등을 주장했다.

김근태 후보는 "돈선거로 대통령이 되면 국민경선제는 실패하고 다음 정권도 실패하게 된다"며 "후보 경선에 나온 우리들이 함께 고해성사를 해야 하는데 침묵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후보는 "기획과 조직가동 비용은 쓰나, 봉투를 돌려 매수하거나 향응 제공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동영 후보는 "구정치의 뿌리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인제 후보는 "상대방에게 손가락질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공정한 인사시스템, 기업의 투명성 강화, 선거 공영제 등을 통해 부패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종근 후보는 "일곱 캠프에서 울산에 보낸 선거운동원이 5백명이라고 들었는데 나는 한명만 보냈다"며 "그 비용이 어디서 나오는지 국민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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