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연극·뮤지컬에 할리우드 스타 '외도'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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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공연의 메카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가 별들에 휩싸였다. 올 봄 개막하는 연극과 뮤지컬 중 할리우드 스타들의 출연작이 유달리 많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9·11 테러 사태 이후 단단해지는 미국인들의 애국심이 스타들을 뉴욕으로 불러 모으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뉴욕이 '성지(聖地)'처럼 부각되는데 따른 영향이라는 것이다. 출연 분야도 정통극부터 뮤지컬·코미디 등 다양하다.

영화 '보디 히트'에서 악녀 역을 맡았던 캐서린 터너는 4월 초부터 연극 '졸업'에 출연한다. 동명의 소설이 1967년 영화화돼 인기를 모았었다. 당시 영화 속에서 졸업 후 방황하는 젊은이를 연기한 더스틴 호프먼은 스타덤에 올랐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음악과 신부가 웨딩 드레스를 입고 달리는 마지막 장면은 올드 무비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다. 주인공 벤을 유혹하는 로빈슨 부인은 당시 앤 밴크로프트가 열연해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이번 연극 '졸업'에선 터너가 로빈슨 부인 역에 도전한다. 벤 역은 좌충우돌 젊은이들의 성 탐험기를 그린 영화 '아메리칸 파이'의 주인공 제이슨 빅스가 맡고, 벤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레인 역에는 영화 '클루리스'의 청춘 스타 알리시아 실버스톤이 출연한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로 유명해진 리암 니슨은 아서 밀러의 연극 '크루서블(The Crucible)'에 출연 중이다.

밀러의 또 다른 희곡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그의 식지 않는 인기를 말해 준다. 처녀작 '더 맨 후 해드 올 더 럭(The Man Who Had All The Luck)'은 엄청난 부를 얻고도 그 때문에 불행해지는 한 사나이의 이야기다. '베트맨 포에버'에서 로빈으로 나왔던 크리스 오도넬이 주연이다.

배우 겸 가수로 활약하고 있는 바네사 윌리엄스는 '인투 더 우즈(Into The Woods)'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신데렐라·라푼젤 등 유명 동화 다섯편을 섞어 그 뒷얘기까지 다뤄본다는, 독특한 발상의 뮤지컬이다. 사회풍자적 뮤지컬 '유린타운(Urinetown)'으로 재능을 인정받은 존 카라파가 안무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만화 영화 '슈렉'에서 파콰드 영주 목소리 연기를 한 존 리스고는 뮤지컬 '스위트 스멜 오브 석세스(Sweet Smell of Success)'에, 영화 '백 투더 퓨처'의 괴짜 박사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코미디 '모닝스 앳 세븐(Morning's At Seven)'에 출연할 예정이다. 할리우드에서 탄탄한 연기로 인정받은 이들이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도 연기로 각광받을지 관심거리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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