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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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채소를 많이 먹는다. 1인당 채소 공급량이 연간 1백88㎏(육류는 40㎏)이나 될 만큼(농촌경제연구원 2000년 조사) 우리 식단에서 '채주육종'(菜主肉從)의 전통은 뿌리깊다.

게다가 최근 채식·유기농산물 열풍이 불면서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모두 동물성 식품을 금기시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채식주의자들은 대부분 우유·요구르트 등 유제품은 먹지만 계란은 피하는 '락토'나 유제품과 계란까지 먹는 '락토 오보'다. 일부는 동물 보호나 종교적·경제적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되지만 건강을 위해 채식주의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채식 위주의 식사가 육식보다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됐다. 콜레스테롤·체중을 낮추고 심장병·암·고혈압·당뇨병 등 성인병의 발병 위험을 줄여준다.

1만1천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즐기는 사람에 비해 암에 걸릴 위험이 40%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영국의학저널·1994).

그러나 극단적인 채식주의는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식단에서 동물성 식품이 배제되면 철·칼슘 같은 무기질, 비타민 B12·비타민 D·엽산(葉酸) 등의 공급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비타민 B12(적혈구 생산, 빈혈 예방)는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하므로 비타민 B12 첨가 두유·시리얼 등 비타민 첨가식품을 따로 먹어야 한다.

철(적혈구 생산,성장·월경 등에 도움)은 콩·완두·시금치·건포도·살구·너트 같은 채소·과일을 즐겨 먹어 보충해야 한다. 이같이 식물에서 유래된 철이 몸 안에서 잘 흡수되게 하려면 딸기·감귤·토마토·양배추 등 비타민 C 함유 식품을 함께 먹어야 한다.

칼슘(뼈와 이의 건강 유지)은 양배추·브로콜리·너트(특히 아몬드)·해바라기씨·참깨 등을 종종 먹으면 보충할 수 있다. 이처럼 부족되기 쉬운 영양소만 적절히 보충해준다면 채식주의는 어린이·임산부에게도 안전한 식사법이다.

그러나 만 2세 이하의 유아는 동물성 식품의 3대 특징인 지방·콜레스테롤·열량이 충분히 공급돼야 제대로 자랄 수 있으므로 채식만으로 식단을 짜는 것은 곤란하다.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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