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속 왜곡된 史實 파헤친다 EBS '역사탐구' 3월부터 방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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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조선시대의 '특별검사' 암행어사. 왕의 권위를 대신하기 때문에 어떤 직책보다도 청렴성과 능력이 필요했다. 춘향전의 이몽룡처럼 여자 친구를 만나 놀면서 공부하다간 암행어사의 꿈은 접어야 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폼'만 나는 일은 아니었다. 일단 출장 비용은 스스로 부담하는 게 원칙이었다. 게다가 가짜 암행어사로 오인받아 쫓겨나는 일이 허다했고, "출도야~"를 외쳤는데도 관리들이 성문을 열어주지 않아 낭패를 보기도 했다. 그래서 재임 기간 내내 한번도 출도를 하지 않은 암행어사들도 있었다.

지난해 안방은 '사극 천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열기 속에 역사 왜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번 3월 개편에 신설된 EBS의 '역사 탐구-과거와의 대화'(목요일 밤 8시30분)는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사극 등을 통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뽑아, 숨겨진 역사 속 진실을 찾아나간다. 소설가 고원정씨가 MC를 맡아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하고, 중간중간 역사 속 상황을 재연해 극화한다. 패널로는 철학자 탁석산씨가 출연한다.

오는 7일에는 '조선시대의 특별 검사, 암행어사'편이 방송될 예정. 이어 '조광조와 개혁의 실패'편이,그리고 '삼전도 굴욕''병자호란과 포로의 실상'(가제)등이 뒤를 잇는다.

흥미로운 것은 이 프로가 단순히 과거 속 진실을 들춰내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와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암행어사의 활동을 통해 오늘날 검찰·감사원·부패방지위원회 등 비리와 싸우는 기구들의 올바른 기능을 제시한다. 또 '조광조'편에선 당대의 개혁이 얼마나 어렵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점검해 본다.

'병자호란'을 통해서는 당시 조선왕조가 포로 송환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가 상기시키며 종군 위안부·국군포로 송환 문제 등 '뜨거운 감자'를 건드린다.

연출을 맡은 김유열 PD는 "역사 철학자 E. H. 카가 말한 대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며 "재미로 보는 역사나 암기하는 역사가 아닌, 현재와 호흡하는 정통 역사 토크 쇼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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