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승려·佛子 무상寺서 석달 참선 : "I don't know" 無心의 화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충남 논산쪽의 계룡산 국사봉 기슭에 자리잡은 무상사(無上寺)는 외국인을 위한 선원이다.

지난달 25일 오후 3시 이곳에서는 미국·폴란드·체코·말레이시아 등 15개국에서 온 비구·비구니와 보살, 거사 40여명이 둘러 앉아 석달간의 참선수행을 해제하는 법회를 열었다. 정식 동안거 해제일은 26일이나 큰절인 서울 화계사의 법회에 참석하려고 일정을 하루 당겼다.

"다음 결제에도 참여하고 싶어요"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옴마니 반메훔(연꽃 속의 보석이라는 뜻으로 관세음보살의 법력을 찬탄하는 진언(眞言)" "이런 정신이라면 국제평화도 문제 없어요"라고 수행자들은 소감을 털어 놓았다.

자신이 공부한 것을 나름대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방바닥을 탁 치는 이도 있었다.

조실인 미국인 대봉(大峰) 스님이 동안거를 마친 수좌들의 소회를 들은 뒤 던진 법문은 'Whatever you do, just do it!'. 각자 제 갈길을 찾아 어떤 일을 하든 바로 그 일에 몰두하라는 당부였다.

"단순히 생각에 빠져드는 것이 수행이 아니다. 뭘 하든 그것을 직시하는 것이 수행이니 어디서나 참선 수행은 가능하다. 백팔배든, 염불이든 계획을 세워 수행정신을 세워나가기 바란다."

그리고 오로지 'I don't know'(오직 모를 뿐)라는 초발심으로 삶과 수행을 함께 가져가라고 덧붙였다. 조실스님의 법문은 뎅그랑, 뎅그랑 풍경소리에 실려 수행자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산과 절은 여기 이렇게 움직이지 않고 앉아 언제나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했다.

무상사 선원은 화계사 조실인 숭산(崇山) 스님과 그의 외국인 제자들이 원력을 모아 2000년 2월에 문을 열었다. 대웅전은 아직 짓지 못한 상태다.

이번 동안거에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은 모두 87명. 스님은 3개월을 수행하지만 불자들은 형편에 따라 1주일에서 최대 석달간 이곳에 머물며 숭산 큰스님과 대봉스님, 주지인 오진(悟眞) 스님의 가르침 아래 한국 선수행의 대표적인 화두 1천7백여개 중에서 골라 용맹정진했다.

무상사는 한국선원과는 달리 남녀, 승속(僧俗)이 함께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새벽 3시에 시작하는 일과는 백팔배와 아침예불, 참선, 아침공양, 울력, 참선, 점심공양, 참선, 저녁공양, 참선, 취침(9시20분)으로 이어졌다. 묵언이 원칙이지만 1주일에 한 차례씩 법회를 열었다. 이때 수행자들은 숭산 스님과의 '공안 인터뷰'를 통해 가르침을 받았다.

정명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