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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제2부 薔薇戰爭 제2장 楊州夢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따라서 술집 기녀들은 '후정화'의 원래 가사 대로 노래를 부르는 대신 당대의 영웅 곽자의와 이광필을 집어넣어 개사한 노래를 즐겨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두목도 두구화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누각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기녀들의 노랫소리를 혼곤한 느낌으로 듣고 있었다.

처음에는 원래 가사 대로 장귀비가 예쁜가, 공귀빈이 더 예쁜가. 장귀비의 몸매가 아름다운가, 공귀빈의 몸매가 더 아름다운가. 품속에 안을 때 누구의 몸이 더 뜨거운가하는 노랫말로 시작되었다. 이른바 '망국지음(亡國之音)'이었다.

망국지음.

일찍이 춘추시대 때 위나라의 영공(靈公)이 진나라로 가던 중 복수강변에 이르자 신기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영공이 넋을 잃고 음악을 듣다가 수행 중이던 사연(師涓)이란 악사에게 그 음악을 듣고 베껴두도록 시켰다. 이윽고 진나라에 도착한 영공은 평공(平公) 앞에서 방문하러 오던 도중에 배운 새로운 음악이라고 자랑하면서 사연에게 그 음악을 연주하도록 하였다. 이 무렵 진나라에는 사광(師曠)이란 유명한 악사가 있었는데 이 음악을 듣던 사광은 깜짝 놀라면서 황급히 사연의 손을 잡고 연주를 막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것은 새로운 음악이 아니라 망국의 음악이요."

깜짝 놀란 영공과 평공에게 사광은 이렇게 그 이유를 설명했다.

"옛날 은나라 주왕에게는 사연(師延)이란 악사가 있었습니다. 당시 폭군 주왕은 사연이 만든 '신성백리(新聲百里)'라는 문란한 음악에 도취하여 주지육림 속에 빠졌다가 결국 주나라의 무왕에게 주벌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사연은 악기를 안고 복수에 투신자살하였는데 그 후 복수에서는 누구나 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망국의 음악'이라고 무서워하며 그곳을 지날 때마다 귀를 막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지금 연주한 음악이 바로 그 음악입니다."

'사연'이 만든 음란 사치한 음악, '신성백리'. 나라를 망치는 음악이라 하여서 '망국지음'으로 불리던 노래. 마찬가지로 3백년 전이었던 589년, 지금의 양주지방인 양자강 일대에 있었던 남조(南朝) 최후의 왕국 진(陳)나라를 멸망시킨 노래. 마지막 왕이었던 진숙보(陳叔寶)는 국가의 초석인 무신들을 억압하고 신분이 천한 근신들이었던 한인(寒人)들을 기용함으로써 나라를 멸망시켰다. 그 마지막 왕이었던 진숙보가 만든 노래 후정화.

양주가 본래 진나라의 영토였으므로 '후정화'가 수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이 지방에서 유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었다.

"나으리."

무릎을 베고 혼곤히 누워있는 두목을 향해 두구화가 말을 건넸다.

"주무시고 계시나이까."

"아니다."

두목은 대답하였다.

"아래층 누각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러하면 나으리."

두구화가 웃으면서 말하였다.

"나으리께오서는 장귀비가 예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공귀빈이 예쁘다고 생각하십니까. 둘 중의 어느 여인을 가슴에 품고 싶으시나이까."

"정히 알고 싶으냐."

두목은 이미 술에 취해 몽롱한 눈빛으로 두구화를 쳐다보며 말하였다.

"알고 싶나이다."

"그러면 술 한 잔을 주거라."

두구화가 술을 따르기 위해 몸을 움직이자 두목이 이렇게 말하였다.

"술잔에다 말고 구순주(口脣酒)로 주거라."

두구화는 두목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잘 알고 있었다.

구순주. 그것은 자신이 먼저 입에 술을 머금어 그 술을 두목의 입속에 부어넣는 입술의 술잔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두구화가 망설이지 않고 술을 한가득 머금어 무릎 위에 누운 두목의 입속에 부어넣자 그 술을 천천히 음미하고 나서 두목은 이렇게 말하였다.

"장귀비도 이제 백골이고, 공귀빈도 또한 백골이 아니겠느냐. 따라서 나는 천하절색이라던 두 사람보다 살아있는 함태화, 그대가 훨씬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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