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차하> 황태덕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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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영(嶺) 넘어 깊은 골짝 눈 그늘 머문 자리,

칼 세운 높새바람 에워내듯 깎아오면

덕장에 꿰인 주검들, 눈 멀거니 풍장된다.

동해바다 힘찬 햇살 푸른 등에 꽂히던 때

휘몰아 산 이승의 세월 이내 속에 묻어둘 뿐,

썰렁한 이 산자락엔 빈 구름만 가라앉고

넋 나간 장승인가 혼줄 빠진 덕장 장대

광배(光背)처럼 전해오는 승천 후의 이 고요를

주체할 겨를이 없어 두손으로 받고 있다

정평림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양도마을 서해아파트 204동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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