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발전 파업> 3차례 停會… 12시간 협상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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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철도·발전 파업이 시작된 지 이틀 만인 26일 오후 이번엔 승용차 생산라인까지 멈춰섰다. 산업 현장의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파업노조 집행부·노조원이 농성 중인 서울 명동성당과 건국대 등에선 공권력 투입설이 나돌아 하루종일 긴장이 감돌았다.

◇진통 거듭한 협상=오전 11시20분쯤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 사무실에서 시작된 철도파업 관련 한국노총과 철도청 간 협상은 세 차례 이상 정회-속개를 거듭하면서 12시간 이상 계속됐다.

오후 1시40분쯤 한국노총이 "쟁점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철도청의 설명과 달리 이견 폭이 크다"고 중간 브리핑을 하자 철도청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또 오후 8시30분쯤 저녁 식사를 위해 정회할 때 손학래 철도청장이 "사실상 주요 쟁점에 합의했다"고 소식을 전하면서 협상에 활기를 띠는 듯했다.

이어 9시30분쯤 방용석 노동부장관이 협상장을 찾아 교섭위원들을 격려하면서 분위기는 무르익어갔다.

한시간 뒤 方장관과 철도청장, 한국노총 위원장이 별도의 방에서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정리를 시도했다.

하지만 11시쯤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듯 "철도 파업이 언제까지나 갈 수 없지 않으냐"는 이남순 위원장의 고성이 방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는 "난 모르겠으니 알아서들 하시오"라며 협상장을 박차고 나왔다.

李위원장은 "정부가 새로운 협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노사정위 사무실을 떠났다.

◇공권력 투입설에 긴장한 노조=철도 노조 김재길 위원장은 경찰 투입설이 나돌자 오후 2시 "수도권의 전철 노조원 가족들은 농성장인 건국대로 집결하라"는 투쟁 지침을 내려보냈다.

또 오후 4시10분쯤 헬기가 철도 노조원이 농성 중인 건국대에 철도청장 명의의 복귀 호소문을, 발전 노조원들이 있는 서울대에 한전 사장 명의의 호소문을 수천장씩 뿌리자 노조원들은 "경찰 투입을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며 동요했다. 경찰 관계자는 "적어도 오늘(26일)은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겠지만 그 이후에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바람에 서울대에서 농성하던 발전노조원 4천여명은 오후 8시 서울대를 빠져나가기 시작해 한 시간 만에 모두 흩어졌다. 노조 관계자들은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지역별로 산개해 장기전에 대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가세=울산 현대자동차 노조의 한시 파업은 이날 오전 대의원 2백58명 중 2백20여명이 참가한 간담회에서 기립 표결로 결정됐다.

일부 대의원들은 "지난해 말 임·단협 과정에서 파업을 했는데 석달 만에 또 파업할 경우 타격이 클 것"이라고 했으나 공공노조 파업에 동참해야 한다는 대세를 꺾진 못했다.

전국부·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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