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도서관은 주민들의 사랑방" 18년째 농촌활동 시각장애인 오윤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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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도 포기한 배움에 대한 미련이 너무나 컸습니다. 후배들에게 그런 설움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싶었습니다."

웬만한 대도시 도서관에 뒤지지 않는 마을문고를 농촌지역에 가꿔온 1급 시각 장애인 오윤택(吳潤鐸·42)씨. 그는 전북 김제시 성덕면 남포리 옛 새마을 유아원 자리에 '남포 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이 도서관은 40여평에 책 1만3천여권, 열람석 50개를 갖추고 있다. 2백여 가구의 주민 8백여명의 사랑방이자 공부방·교육장이다.

吳씨는 태어날 때부터 각막 포도염을 앓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의 얼굴도 윤곽만 겨우 볼 수 있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막노동판·염전 등을 떠돌다 스물네살 때 허리를 다쳐 고향으로 돌아왔다.

吳씨는 동네의 예비군 중대본부의 한쪽을 문고 겸 공부방으로 꾸몄다. 학교·농촌지도소 등을 찾아 헌책을 기증받았다. 吳씨는 요즘 주민 정보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 정보통신부·김제시청 등에서 컴퓨터 열여섯대와 강사를 지원받았다.

그는 "처음엔 주민들이 '마음은 있지만, 손이 따르지 않는다'고 푸념했으나 이젠 컴퓨터를 차지하기 위해 다툼을 벌일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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