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스쿨’ 출신 첫 일본대사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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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주한 일본대사에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61·사진) 주 쿠웨이트 대사가 내정됐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8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15일 각료 회의에서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 현 주한 일본대사의 후임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무토 대사는 ‘코리안 스쿨’의 대부로 불린다. 그는 초임 사무관 시절 한국 연수를 통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웠다. 지금도 한국어 회화에 능통하다. 그는 외무성에서 동북아시아 과장(1991~93년)을 거쳤지만 주요 국장은 역임하지 못했다. 외무성 관계자는 “외무성은 주요 보직에 특정 전문가보다 업무를 두루 경험한 ‘제너럴리스트’를 기용하는 게 관례”라며 “이런 면에 비춰볼 때 코리안 스쿨 출신에게 한국 외교의 현장 사령탑을 맡기는 것은 전례 없는 경우”라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지금까지는 외무성 국장을 지낸 간부들이 주한대사에 임명돼 왔지만, 민주당 정권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무토 대사는 한국 대사관에서 3차례 근무했고, 동북아 과장도 역임해 한반도 정세에 정통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북한의 공격에 의한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한반도 정세의 불투명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의 뜻에 따라 이런 인사가 결정됐다”고 전했다.

도쿄에서 태어난 무토 대사는 요코하마(橫浜)국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72년 4월 외무성에 들어가 줄곧 한국 업무를 전담해왔다. 하와이 호놀룰루 총영사를 지냈으며 2005년 8월 주한 일본대사관의 공사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2007년 10월부터 쿠웨이트 대사로 근무해왔다. 이번에 대사로 부임하게 되면 네 번째 한국 근무를 하게 된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무토 대사는 합리적이며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다.

코리안 스쿨 외교관들은 무토 내정자의 기용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과의 더욱 긴밀한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40~50명가량 되는 코리안 스쿨 가운데 무토처럼 고시를 거쳐 외교관이 된 ‘커리어’ 출신은 그리 많지 않다.

일 정부의 주요국 대사 기용과 관련된 파격은 올여름 교체되는 주중 일본대사에도 적용된다. 8일 취임한 간 나오토(管直人) 총리는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 이후 직업외교관들이 독차지해온 이 자리에 사상 처음으로 민간인 출신의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71) 이토추(伊藤忠)상사 전 회장을 내정했다. 지지(時事)통신은 동아시아의 핵심 2개국 대사에 대해 간 내각이 새로운 시도를 단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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