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차장 다는데 19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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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마흔살 먹은 대리도 수두룩합니다."

포스코(포항제철)에 10여년간 근무한 한 직원의 푸념이다.

이 회사의 대졸사원이 과장으로 승진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13년, 부관리직(차장)에 오르는 데는 19년이나 될 정도로 인사적체가 심각하다.

일반 대기업에 입사한 대졸사원의 경우 보통 대리 진급에 3~5년, 과장 진급에 7~10년 걸린다.

한국IBM은 대졸사원이 입사 5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한다. 이들과 비교해보면 포스코 직원이 대기업 직원과 같은 직급에 오르려면 거의 두배 가까운 기간이 필요한 셈이다.

이렇게 인사적체가 심한 이유는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 광양제철소를 건설하면서 매년 신입사원을 4백여명씩 뽑을 정도로 인력을 크게 확충했지만 최근엔 자회사 정리, 사업부문 축소 등 구조조정으로 남는 인력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포스코 특유의 인사원칙으로 인해 인사적체는 더욱 심해지고 있는 추세다.

적체가 가장 심한 대리급 직원의 경우 과장 진급 대상자는 1천여명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10% 정도만이 과장으로 진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스코는 이러한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직휴가제를 실시하고 승진상한제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퇴직을 조건으로 1년간 유급휴가를 제공, 전직을 위한 준비기간을 주는 전직휴가제를 오는 7월부터 실시키로 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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