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强·穩 배합 전술 '中·러 카드'쥐고 화해 제스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은 미국의 계속된 대북 강경 발언에 맞서 특유의 '강온(强穩) 배합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이야말로 악의 제국'이라는 강경한 수사를 동원하면서도 워싱턴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위 조절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대외적으로는 평양-베이징-모스크바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북방 3각관계'를 카드로 미국의 압박에 맞서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지난 10일 신임 북한 주재 중국대사 우둥허(武東和)를 만난 데 이어 11일에는 방북 중인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극동지역 대통령 전권대표를 만났다. 서울 외교가에서는 金위원장의 중국 방문설도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동시에 북한은 워싱턴을 겨냥해 화해 제스처도 보내고 있다.

유엔 주재 박길연(朴吉淵) 북한대표부 대사는 지난 7일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닷새 뒤인 12일 북한은 지난 2년간 스파이 혐의로 구금해온 전직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기자인 스기시마 다카시(杉嶋高志)도 풀어줬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이 임박한 시점에서 단행됐다는 점에서 도쿄(東京)와 워싱턴을 겨냥한 다목적 포석일 공산이 크다.

한편 내부적으로 金위원장의 60회 생일(2월 16일)을 맞아 체제 결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 당국은 14일 백두산에서 김정일의 생일을 상징하는 2천1백60발의 축포를 쏘았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2인자인 조명록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군과 각계를 대표해 金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

북한의 대미 비난과 비교할 때 대남 비난의 수위는 그리 높지 않다. 북한 주재 영국 대리대사인 제임스 호어 박사는 "북한은 19, 20일 있을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후 대남·대미 정책의 기조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원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