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일의 마켓 워치] ‘사전증여 고민’ 생전신탁으로 덜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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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국세청에서 발표한 2009년 국세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상속세를 납부한 사람은 사망자 1000명 중 약 15명(1.5%) 수준이다. 평균 상속 재산액은 22억5000만원이다. 이번에는 상속세 신고통계를 보자. 큰 부자일수록 사전 증여액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억원 이상의 거액 재산을 미리 넘겨받는 자녀는 연령대별로 30대가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계산은 상속 당시의 피상속인(사망자) 보유재산과 사망일부터 과거 10년 전까지 증여한 상속인의 재산까지 합산해 계산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0년 보건통계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수명은 80세(남자 76세, 여자 83세)로 추정됐다. 부자들의 절세전략 차원에서 보면, 사전 증여 합산기간이 10년이기 때문에 통상 70세 이전에 사전 증여를 해야 한다. 사망 10년 전에 증여한 것은 상속세 계산 시 사전 증여액으로 합산되지 않기 때문에 상속세 절세액이 극대화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균적으로 1세대 간의 연령 차가 30세 정도라면, 우리나라 부자는 평균 60세에서 70세 사이에 사전 증여를 하며,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는 주요 연령층은 30대가 된다는 얘기다.

결국 부자일수록 세금의 관심사는 상속세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증여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통상 보유재산이 70억원 정도라면 상속세 최고세율(50%)이 적용된다. 가족 수에 따라 그 이하의 재산일지라도 최고세율 대상자가 될 수 있다.

필자가 상담 과정에서 접한 부자들의 사전 증여 계획 중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저평가된 재산을 우선적으로 증여하는 것이다. 저평가된 재산이란 미래의 재산가치가 현재보다 크거나, 보유자산을 처분했을 때 현재 가치가 처분액보다 낮게 평가되는 재산을 의미한다. 상속세는 사망 시점의 재산가치로 세금을 정하기 때문에 저평가된 재산을 미리 넘겼다면, 증여시점부터 상속시점까지 가치 증가분은 세금 부담 없이 상속인의 몫이 된다. 이 때문에 사전 증여를 고려한다면 저평가된 재산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

절세 측면에서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우리나라 부자들은 사전 증여를 폭넓게 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서둘러 재산을 증여했다가 자식들로부터 공경을 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질적 풍요로움으로 인해 자녀의 근로의욕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자산관리 노하우가 부족한 자녀가 재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등이 사전 증여를 꺼리게 하는 이유다.

최근 이러한 고민에 빠진 부자들이 금융회사 신탁을 통해 사전 증여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생전신탁(Living Trust)에 가입하면 유언효과가 발생한다. 사전 증여로 넘겨준 재산의 처분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상속세 절세효과를 충분히 극대화하면서 부자들의 고민도 해결해 줄 수 있다. 상속과 관련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생전신탁 상품도 고려해 볼 만하다.  

권준일 하나은행 PB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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