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이렇게 바꿉시다 <2> 타기 쉬운 대중교통 만들기 (下) 버스·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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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버스와 택시-.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이자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친구들이다. 월드컵 때도 버스와 택시는 전국 10개 경기장까지 외국인 손님들을 실어 나르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들조차 고질적인 난폭·과속 운행과 불친절·무단 합승에 고개를 젓는다. 버스와 택시의 문제점과 그 개선책을 알아본다. | ◇버스=지난해 월드컵을 1년 앞두고 열렸던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5월 30일~6월 10일)때 경기도 수원 월드컵 경기장 주변은 차량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경기장이 지하철 노선과 먼 신갈~안산 고속도로변 근처에 있어 관람객들 대부분이 승용차를 몰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경기장까지 가는 버스나 셔틀버스는 제구실을 못했다.
수원시의회 양종천 도시건설위원장은 "월드컵 때 차량 홀짝제가 시행되는 만큼 버스를 수원경기장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버스 승강장 앞. 일본인 관광객 사카모토 리나(坂本理奈·30·여)는 "강남의 호텔까지 가야 하는데 외국어 안내표지판도 없고 말도 안 통해 30분간을 헤맸다"고 말했다.
서울을 비롯한 10개 월드컵 개최 도시의 버스노선 안내도와 표지판에는 영문 표기가 거의 없다.
버스 안에서 외국어 안내방송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가는 일이나 시내를 관광하는 일이 모두 불편하다고 외국인들은 지적한다.
실제 서울시가 최근 외국인 4백81명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5%가 버스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유는 과속·난폭운전(38%)이 가장 많았고 ▶안내판 미흡 ▶들쭉날쭉한 배차시간 ▶불친절 ▶불결한 차내 등이었다.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다. 도내 시내·시외버스 5백26대는 5~6년된 차량이 대부분이고 폐차 직전인 것도 30%나 된다. 천혜의 관광지답지 않게 버스가 낡고 색상도 칙칙하다 보니 기분을 잡치기 일쑤라고 외국인들은 꼬집는다.
운전기사들의 불친절도 문제다. 서울 송파구에 살다가 지난해 10월 공무원인 남편을 따라 대전시 서구 둔산동으로 이사한 이정은(李貞恩·36)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당했다.
버스표가 없어 서울에서처럼 당연히 잔돈지급기가 있는 줄 알고 1천원짜리 지폐를 내자 운전기사는 "아줌마가 직접 승객들에게 잔돈을 받으라"고 말했다.
대전시내 버스에는 지난해부터 잔돈지급기가 설치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설치를 미룬 업체도 있다. 게다가 9백여대의 시내버스 중 10% 정도는 냉방장치가 없어 여름철이면 찜통으로 변한다.
광주시는 현재 1개 노선에서 시범운영 중인 버스도착 안내시스템(BIS)을 모든 승강장으로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예산(60억원)부족으로 보류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3·4위전과 한국-미국전 등 네 경기를 치르는 대구시는 경기장이 도심에서 10㎞나 떨어진 곳에 있는 점을 감안,1백여대의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컨페드컵을 보러갔던 윤인철(35·대구시 북구 고성동)씨는 "30분을 기다려도 셔틀버스가 오지않아 2㎞ 이상을 걸었다"며 "월드컵 때 국제망신을 당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택시='택시는 도시의 거울'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깨끗한 첫 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외국인들은 ▶승차거부와 합승 ▶불친절 ▶난폭운전 ▶부당요금 ▶의사소통 곤란 ▶차내 불결 등을 '택시 6대 불편사항'으로 꼽았다(서울시 조사).
'사납금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부 기사들이 여전히 과속·난폭운전과 바가지 요금 등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전주에서 택시를 탔다가 혼쭐이 났다는 캐나다인 존 밀러(36·바이어)는 "마치 곡예운전을 하는 것 같았다. 요금도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운전기사의 복장과 차안도 지저분했다"고 덧붙였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외국인 4천6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자.
외국인들은 교통혼잡(40%)과 안내표지판(29%)이 가장 불편하다고 꼽았지만 택시기사의 불친절 때문에 기분을 망쳤다는 이들도 12%나 됐다. 전체 불편사항 가운데 5위다. 참다못한 외국인들은 관광불편신고센터에 94건의 택시횡포를 신고했다.
실제 인천에서는 손님이 타도 인사조차 않는가 하면 심지어 운전 중에 줄담배를 피우는 기사들이 상당수 있다. 이기근(37·인천시 남구 주안동)씨는 "기사들이 '오세오세요''어디가세요'등 기본적인 인사도 안해 겁이 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광주에 온 타지역 사람들은 "기사들의 말투가 너무 거칠다"고 입을 모은다. 투박한 말씨 탓도 있지만 예절교육이 부족한 때문이다.
지자체들이 외국인들의 언어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시에 통역장치를 설치토록 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7만대의 택시에 모두 통역시스템을 단 서울의 경우 스피커폰이 칙칙거리는데다 홍보도 안돼 외국인들의 실제 이용률은 저조하다. 제주도 택시 1천1백여대(위성통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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