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감금 慘死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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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북 군산시의 윤락가에 있는 한 유흥주점에서 그제 낮 불이 나 여종업원 등 12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불이 난 업소는 2000년 9월 화재로 윤락녀 다섯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흥주점과 불과 2㎞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 수사 결과 2층으로 통하는 계단에 있던 철제 문이 잠겨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니 심한 분노마저 느낀다.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1층 쪽방에서 잠을 자던 종업원들이 불을 피해 2층으로 탈출하려 했으나 철제 문이 잠겨 있어 계단에서 한꺼번에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지난번 윤락업소 화재 당시 종업원들의 도주를 막기 위해 설치한 쇠창살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는데 어찌해 똑같은 사고가 이처럼 되풀이되고 있는가.
불이 난 업소는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계단이 비좁은데다 2층 창문은 보온을 위해 유리창 위에 스티로폼과 판자를 덧붙여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다. 심지어 여종업원들이 목욕탕이나 미용실을 드나들 때도 건장한 남자가 따라다니는 걸 봤다는 진술도 있어 이들이 사실상 감금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어느 것 하나 행정 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으니 결과적으로 당국과 업소의 안전 불감증이 대형 참사를 부른 셈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철저히 가려내 더 이상 유사한 화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인권 부재의 업소 화재로 여성의 생명을 얼마나 더 앗아가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특히 1년여 전 윤락업소 화재 당시 일부 경찰관이 업주와 유착해 성 상납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난 점을 감안하면 행정기관과 업주의 유착 여부도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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