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형 상병 간이식으로 부친 생명 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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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중서부전선 최전방 육군 백골맹호부대 예하 전투지원중대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하는 박시형 상병(21)이 말기 간경화로 숨져가는 아버지에게 간 일부를 떼어줘 생명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박상병의 아버지 박종술(53 ·울산시 남구 달동)씨가 간경화 진단을 받은 것은 2000년 5월.

박씨는 이후 꾸준히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해 10월 말기로 병세가 악화돼 간 이식이 절실한 상황에 처했다.

박상병은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 드리기 위해 지난해 11월 청원휴가를 얻어 조직검사를 받았으나 크기가 작아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

다행히 지난 1월 초 간 기증자가 나타나 안도했으나 조직검사 결과 기증자의 간이 지방간이어서 병원으로부터 다른 이식자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낙담한 박상병은 자신만이 아버지에게 간을 줄 수 있다며 다시 간 조직검사를 요청,검사 결과 수술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아 지난 22일 16시간에 걸쳐 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어서 박씨는 현재 무균실에서 회복 중이며 박상병도 약간의 통증이 있을 뿐 면회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회복 상태를 보이고 있다.

박상병은 “낳고 길러주신 아버지를 위해 내 몸의 일부를 드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아버지를 위해 수술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부대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부대는 신세대 젊은이들에게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효(孝)정신을 실천한 박상병에게 28일 부대원들이 정성스럽게 모금한 격려금 50여만원을 전달하고 청원휴가도 연장해줬다.

철원=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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