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유전자 변형시켜 노다지 캐기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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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1g에 17만달러(약 2억2천만원)인 조혈촉진제(EPO)가 섞인 우유를 만드는 '황금의 젖소',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해도 거부반응 없는 침팬지….

과학자들이 유전자를 조작해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는 '형질전환' 동물들이다. 유전자 조작 등의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하면 이처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새로운 특성을 가진 동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서울대 수의과대 황우석 교수는 "형질전환 동물로 의약품이나 장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 기술이 21세기 생명공학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약 개발,신물질.장기 양산, 인수 공통 전염병 차단 등에 동물의 형질전환 기술이 절대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순히 고기나 식품.부산물 등을 얻는데 그쳤던 동물의 용도가 한차원 높아지는 셈이다.

몇몇 성과도 있다. 꿈의 섬유로 불리는 거미줄을 생산하는 염소, 인체 장기를 이식할 때 거부반응 없는 돼지, 인간의 혈액 응고 인자를 만드는 면양 등이 이미 개발된 상태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형질전환 동물은 연구용일 뿐 실용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 동물을 대량으로 만들기가 어려운 때문이다.

◇ 형질전환 동물 어떻게 만드나=원하는 유전자를 삽입하거나 잘라내는 방법을 쓴다. 두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용도에 따라 다르다.

젖을 많이 나게 하거나 조혈촉진제.혈전용해제 등 희귀 치료물질을 만들어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유전자 삽입법을 쓴다.

하나의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특수 유전자를 수정난이나 체세포 핵에 주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영국에서 탄생한,인체에 장기 이식 때 면역거부 반응이 없는 돼지의 경우 유전자를 잘라내 개발했다. 돼지의 알파갤티라는 유전자는 사람의 피를 썩고, 굳어지게 하는 것으로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그 장기를 인체에 이식할 수 없다.

이런 형질전환 동물 개발에는 체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함께 사용하는 추세다. 1990년대 중반 사용한 수정란 이용법 등에 비해 그만큼 원하는 신품종 동물을 개발하기 쉽기 때문이다. 최근에 개발된 면역거부반응 억제 돼지나 거미줄 생산 염소 등 대부분의 형질전환 동물들은 이 방법을 사용했다.

초기 형질전환 기술로 주로 사용했던 수정란 이용법은 엉뚱한 곳의 유전자가 바뀌는 등 실패율이 높았다. 예를 들면 희귀 치료물질을 젖으로 분비하도록 해야 되는데 눈물샘 쪽의 유전자가 바뀌어 눈물을 흘려야 그 물질이 분비되는 식이다.

◇ 왜 양산 못하나=형질전환을 하기 위해 유전자를 삽입하거나 없애는 성공률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최근 주로 사용하는 체세포 복제를 이용한 형질전환의 경우 1백번 시도에 한두번 성공할까 말까한 실정이다.

복제하려는 세포핵에 원하는 유전자를 집어 넣었다 해도 실제 그 유전자가 몸에서 활동해야 성공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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