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보물사업' TV청문회·국정조사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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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은 25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 배후엔 정권의 핵심실세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李씨가 개입한 보물선 발굴사업에 국가정보원.해양수산부.해군.금융감독원.전남도청 등 주요 국가기관의 힘이 동원됐는데 이는 권력실세가 뒤를 봐주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주요당직자 회의에서는 "李씨에게 엄익준(嚴翼駿) 전 국정원 2차장을 소개해 준 인물이 당시 청와대 핵심인사라는 설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회의 내용을 브리핑한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은 "보물선 인양사업이 펼쳐진 진도 출신의 정권 핵심인사가 당시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었음을 예의주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인사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그는 "진도에서 보물선을 발굴한다는 얘기는 언론보도로 처음 알았다"며 "이형택씨를 잘 알지만 그를 엄익준씨에게 소개해 준 일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李씨 배후에 '몸통'이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상득(李相得)사무총장은 "李씨가 국정원 직원과 해군에 가서 협조를 요구했고, 산업은행은 보물선 발굴사업을 한 삼애인더스의 해외 전환사채(CB)를 편법으로 인수했는데 이런 일을 李씨 혼자서 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강두(李康斗)정책위의장은 "보물선 인양사업이 민주당의 대선 예비주자인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의 승인과 국정원의 협조를 받은 것은 위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형택씨에 대한 국정조사와 TV청문회를 추진할 방침이다.

당 관계자는 "金대통령 비자금 관리인이었던 李씨 수사 과정에서 특검의 한계를 벗어난 대통령 비자금 문제 등이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대변인도 "李씨가 청와대 고위층 등의 배후주선 없이 유수한 국가기관을 한꺼번에 끌어들일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철저한 배후규명을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야당이 근거없는 말로 새로운 의혹을 만드는 것은 수사에 혼선만 일으킬 뿐"이라며 "특검팀의 수사를 지켜보는 게 바른 태도"라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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