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투신 매각 중대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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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대투신증권 인수를 추진해온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이 16일 우리 정부측에 "인수 뒤 추가로 드러날 수 있는 부채(우발채무)에 대해 정부가 보증을 안해 줄 경우 인수협상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해왔다. 이로써 2년여를 끌어온 현대투신 매각이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AIG의 협상대표인 윈 뉴거 AIG인베스트먼트그룹 사장은 이날 금융감독위원회 이우철 감독정책2국장 앞으로 보낸 공문에서 "정부가 현대투신의 우발 채무에 대한 제3자(정부) 보증을 거부해 유감스럽다"면서 "현대투신이 법정관리 형태의 회사정리(corporate reorganization) 절차를 밟도록 해달라는 우리측의 요구를 한국정부가 16일까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더 이상 협상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IG 관계자는 "현대투신을 먼저 법정관리 상태로 가져가 부실을 모두 털어낸 다음 인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AIG측 입장"이라며 "추가 부실 보증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AIG는 지난해 8월 인수를 위한 의향서(MOU)를 체결한 뒤 가격조건.투자방식 등에 대해선 합의했으나 본계약 체결 뒤 추가로 드러나는 부채에 대한 한국 정부의 보증범위를 놓고 입장차를 보여왔다.

AIG측은 인수 뒤에 밝혀질 추가 부채에 대해 한국 정부가 직접 보상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반면 한국 정부측은 "정부가 보상해 줄 수 없다"며 현대투신을 통해 처리하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금감위 관계자는 "양측간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쟁점에 대해 막판 조율하고 있으며 협상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9천억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가기로 한 상태에서 추가 부채에 대해 정부가 보증할 경우 공적자금을 더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AIG의 요구는 무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지난해 AIG측에서 1조1천억원을, 정부측이 9천억원을 현대투신에 투입해 55대 45의 비율로 투자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김동섭.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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