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무형리 주민들 황새 지키기 '정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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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 시골 주민들이 ‘겨울철 진객’ 황새(천연기념물 1백99호)를 보호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전북 익산시 망성면 무형리 주민들은 지난 9일부터 면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조를 짜 오전·오후 교대로 고산들녘에 나와 황새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주민들은 황새가 머물고 있는 들녘으로 통하는 어량교 양쪽 둑 길목에 ‘금줄’을 치고 행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특히 황새가 떼지어 날아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보려는 탐조객과 사진작가,기자는 물론 조류보호협회 회원 등 하루에도 수십여명씩 몰려들어 이들과 숨박꼭질을 벌이기도 한다.

또 익산시에 요청해 어량천 하상 정비공사를 중단시켰다.중장비 소음 때문에 황새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릴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주민들이 이처럼 철저한 황새보호 작전에 나선것은 황새가 평소 보기 힘든 희귀새이자 길조이기 때문.

특히 이 새들이 이곳으로 오기전 머무르던 논산지역에서는 밀렵꾼에 의해 한마리가 희생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주민들은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문화재청은 황새를 보호하려는 이같은 주민들의 극진한 정성에 감탄해 지난 12일 격려금을 보내기도 했다.

주민 한영수씨는 “국제적 보호조이자 행복과 인내를 상징하는 길조로 알려진 황새를 보호하는데 주민들이 앞장서고 있어 황새들이 어느 해보다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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