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총장 8개월 내내 가시방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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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5월 21일 취임한 뒤 8개월을 채 못채우고 끝내 중도하차한 신승남 검찰총장의 재임기간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취임 전 대검차장 시절인 2000년 10월부터 국회에서 4.13 총선 선거사범 편파수사를 주장하는 야당측의 탄핵소추 시도로 그의 험난한 길은 예고됐었다.

탄핵 무산으로 한 고비를 넘기고 검찰총수 자리에 오른 그는 진승현.정현준.이용호게이트로 이어지는 대형 비리사건 속에서 사실상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특히 검찰의 대형 게이트 수사에 대한 잇따른 축소.은폐 의혹 제기와 그에 따른 재수사가 이어지면서 수난을 겪었다.

이용호게이트에 대한 수사는 개인의 수백억원대 횡령사건으로 끝나는 듯했으나 愼총장의 친동생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고, 검찰수사 과정에서 李씨를 긴급 체포한 뒤 하루 만에 풀어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愼총장 체제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되는 곡절도 맞았다. 급기야 법무장관의 특별수사 지시로 특별감찰본부까지 설치됐고, 결국 임휘윤 부산고검장 등 소위 잘 나가던 검찰 간부 3명이 줄줄이 옷을 벗는 상황을 맞았다.

2000년 검찰이 정현준게이트를 수사하면서 국정원 김형윤 전 경제단장에게 5천만원을 줬다는 동방금고 부회장 이경자씨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1년 동안 수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金전단장의 구속으로 검찰 스스로 과오를 인정해야 하는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이후 이른바 '이용호게이트'에 동생 승환씨 연루 사실이 드러나면서 愼총장은 야당으로부터 국회 법사위 출석 요구를 받았다. 그러나 愼총장은 "전례가 없고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국회 출석을 거부해 결국 정치권의 탄핵결정으로까지 이어졌으나 막판 표결 무산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결국 이용호게이트에 대한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승환씨가 13일 구속되면서 파란많았던 愼총장 체제는 막을 내리고 말았다.

고대훈 기자

*** 신승남총장 관련 일지

▶2000.10 대검차장 재직시 박순용 검찰총장과 함께 야당에 의해 탄핵안 제기 (야, 검찰의 4.13총선 선거사범 수사 불공정 주장 따라)

▶2000.11 탄핵 소추 무산

▶2001.5 검찰총장 취임

▶2001.11 야당, 진승현 게이트 등 책임 물어 국회 출석 요구

▶2001.12 국회 불출석, 야당 탄핵소추 추진했으나 무산

▶2002.1.13 동생 승환씨 특검 구속 따라 총장직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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