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제·중간광고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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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가 '총량제(방송광고 총량규제 제도)' 도입과 중간광고 허용을 시사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학계.방송계.광고계에서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광고홍보학회(회장 李明天)가 최근 세미나를 열어 총량제와 중간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신태섭(申泰燮)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발제문 '총량제 도입에 관한 의견'에서 "정부와 광고계에서 말하는 총량제의 개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문화관광부는 중간광고를 허용하지 않고 있으나 광고계는 중간광고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총량제를 '중간광고를 허용하든 안하든 광고의 총량만 규제하고 형식.시간대 등은 방송사의 자율에 맡기는 제도'로 정의해야 한다고 했다.

申교수는 "총량제가 도입되면 광고 효과가 높은 시간대에 광고가 집중 배치돼 광고 요금을 올리지 않고도 방송사 수입이 늘어나고 광고의 효율성도 높아진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의 수입이 증대되면서 프로그램의 질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분석을 토대로 광고업계가 요구하는 총량제를 도입할 경우 KBS.MBC.SBS 3사는 연간 2천3백16억원의 추가 수입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총량제의 문제를 이렇게 정리했다.

"프라임 타임대에 더 많은 광고를 해 방송 3사가 더 많은 광고 수입을 얻게 되는 것은 제도적으로 시청률을 광고 수입에 직접 연결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방송 3사의 시청률 경쟁이 자존심 싸움보다는 돈을 더 벌기 위한 싸움으로 확대되고, 뒤처진 매체는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빠진다는 뜻이다. 결국 방송의 상업주의화를 제도적으로 촉진하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 광고비를 궁극적으로 지불하는 시청자가 광고를 안볼 수 있는 자유도 있어야 한다."

임동욱(林東郁)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발제문 '시청자는 중간광고를 요구하지 않는다'에서 "한정된 전파 자원을 사용하는 지상파 TV에선 시장화.상업화보다 공익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일간지의 여론조사(2000년 1월)에서 응답자 중 77.1%가 중간광고 허용을 반대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가 요약한 중간광고의 문제점은 이렇다.

"방송사들이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 내용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중간광고를 끼워넣을 수 있다. 방송작가와 제작자들은 줄거리를 바꾸는 등 광고가 도입되는 것을 감안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 결국 프로그램이 광고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중간광고로 인해 광고주의 영향력은 커지며, 시청률 위주로 프로그램을 만들면 선정적.폭력적이며 흥미 위주인 프로그램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돼 보도.시사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 등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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