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2] 수상한 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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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 ( ) 안의 올바른 말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세요.

-북한을 감싸는 이들에게 대한민국을 맡길 수 없다는 정모씨의 발언에 동조하는 친구에게 (그의 아버지가 소 떼를 끌고 북한에 다녀온 건 아느냐고 반문한다/우리 함께 조국을 지키자며 재입대를 위해 병무청에 찾아간다)….

서울시 선관위가 29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의 연설·대담회에서 적발한 출처 불명의 인쇄물에 적힌 문구들이다. 인쇄물에는 ‘6·2 지방선거 사전교육학습지-가정통신문’이란 제목이 적혀 있다. 선거법 위반 행위다. 선관위는 이날 이곳에서만 이 2만여 부의 불법 선거운동 유인물을 회수했다.

지난 26일엔 국민운동행동본부의 서정갑 대표가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서 대표는 한 일간지에 특정 정당을 비방하는 광고를 실은 데 이어 2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 김정일 규탄 국민궐기대회’에서 초청 연사에게 특정 정당과 특정 광역단체장 후보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게 한 혐의다. 나라사랑 범국민운동은 30일 오후 천안함 건조 모금과 국민대단합을 위한 국민대회를 개최하려다 지역 선관위의 권고로 행사를 취소했다.

선거일이 가까워오면서 중앙선관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김용희 선거실장은 30일 “시민·종교단체에서 주관하는 각종 집회를 틈타 이념적 성향을 띤 불법 선거운동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며 “선거일이 임박하자 많은 시민이 몰리는 집회 장소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비방하거나 지지하는 사례가 빈발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8일 안양역 광장에서 ‘4대 강 공사 전후 비교 사진전’을 열고 거리행진을 했다. 선관위는 사진전시, 거리 행진 행위가 공직선거법 90조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향군인회가 29일 충북 제천에서 연 천안함 폭몰 규탄대회에선 한 연사가 “지난 반세기 동안 북한 퍼주기식 대북사업이 어뢰가 돼 돌아왔다”고 발언하는 중간에 선거법 위반을 우려한 주최 측이 발언을 중지시킨 일도 발생했다. 선관위는 공명선거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특히 천안함 사건 등의 여파로 보수·진보단체의 관련 집회들이 연이어 열리면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불법 선거운동 사례가 빈번히 생기고 있다. 지방일꾼을 뽑는 선거가 막판이 되면서 이념 지향적 정치 이벤트로 오염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보수단체는 천안함 규탄 대회를, 진보단체는 4대 강 관련 집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며 “이런 집회를 통해 불법 선거운동이 발생하고 있어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정효식·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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