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 되려면 애들 입장서 생각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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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올해엔 정말 좋은 엄마.아빠가 돼야지….'

최영진(30.여.인천시 병방동)씨 부부는 새해가 되면 늘 마음속으로 이렇게 다짐하곤 했어요. 그러나 1년이 지나 또 한해가 돌아오니 후회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래요.

마음과는 달리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거나 짜증을 냈던 일들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지요.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다,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하루에 책을 세권 이상 읽어준다, 하루에 한번 이상 안아준다…."

최씨 부부는 지난해에 한 행동 중 후회되는 일들을 생각하며 새해 실천 목록을 적어봤어요.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게 정답인지는 자신이 없답니다. 1년이 지나면 또 다시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좋은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박정희 책임연구원은 아이들에게 공부.학습만 강요하는 부모가 되지 말라고 충고했어요.

"자신의 아이가 책읽기를 너무 좋아한다며 흐뭇해 하는 부모님들이 많으세요. 하지만 아이가 정말 책이 좋아서가 아니라 부모님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답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줘야 한대요.

"부모님들의 유년 시절을 회상해 보세요. 친구들이랑 실컷 뛰어 놀았던 기억, 자연과 함께 했던 즐거운 추억들이 많지요.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유년 시절을 돌아보면서 무얼 떠올릴 수 있을까요? 방학 내내 아침에 영어학원, 오후에 태권도 학원, 저녁에 수학학원을 가고 집에서는 학습지를 풀었던 기억, 기껏해야 재미있게 컴퓨터 게임을 했던 추억이나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요? 아이들에게 즐거운 유년기의 추억을 남겨주세요."

한국가정경영연구소의 김승기 연구원은 부모들이 욕심을 버리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했어요.

"방학 동안 아이의 실력을 올려 놓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 해요. 진짜 좋은 엄마 아빠가 되려면 아이를 위해 시간을 내 놀아주세요. 아이를 들볶지 말고 편하게 해주세요. 대화도 많이 나누세요."

하지만 자녀와 진정한 대화를 나누는 게 쉬운 일은 아니랍니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김미영 부모 교육 사업팀장은 아이의 입장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어요.

"어른은 아이와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아이는 엄마.아빠한테 혼났다고 생각하곤 한답니다. 아이의 생각을 어른들의 안경으로 왜곡되게 보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고 판단해 줘야 해요. 진정한 대화는 아이의 인격을 존중해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요."

또 아이가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의 모습이 가장 바람직하대요.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이 대신 판단을 내리는 건 결코 좋은 부모의 모습이 아니랍니다. 아이의 독립심에도 치명적이지요. 부모의 역할과 아이의 몫을 구분해야 해요. 부모가 아이의 인생을 영원히 대신 살아줄 수는 없잖아요."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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