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구청 공동브랜드 사업 지지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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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시내 구청들이 관내 영세업체를 돕기 위해 도입한 공동브랜드 사업이 겉돌고 있다.

구청들은 1999년 시작된 공동브랜드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었으나 지원부족과 업체들의 시큰둥한 반응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용산구는 지난해 4월 지역 중소기업 제품에 붙일 '미르빌''틴빅''가비앙'등 3개의 공동상표를 특허청에 등록했으나 8개월이 지나도록 참여업체를 확정하지 못했다.

강북구는 공동브랜드인 '리노빌'을 관내 17개 중소기업의 의류.가방 등 23개 제품에 붙여 팔고 있으나 별도 매장이 없어 판매에 애를 먹고 있다.

◇ 공동상표 급증=서울시내 25개 구청 가운데 공동브랜드 개발에 나선 곳은 8곳.

이들 구청은 독자상표 없이 주문생산 방식에 의존하는 영세한 지역 중소업체의 판매를 돕기 위해 공동브랜드를 만들었다.

성북구청이 99년 '트리즘'을 상표 등록한 데 이어 강동구('KD').강북구('리노빌').용산구.은평구('파발로').중랑구('더조아''위드피아''앙벨리') 등이 공동브랜드를 갖고 있다.

관악구와 양천구는 각각 '맥페이''해와내'를 출원해 놓았다. 공동브랜드 대상 품목은 의류.가방.생활용품 등 3백30여가지에 이른다.

그러나 관악구는 1백여 업체를 상대로 공동브랜드를 사용토록 유도하고 있지만 신청업체가 거의 없다. 강동구의 'KD'를 사용하는 업체는 두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 '속빈 강정'=공동브랜드 제품을 위한 별도 전시.판매장이 없어 제품을 만들어도 판매가 힘들다. 성북구만 구청과 장위동 벤처지원센터에 매장을 마련했을 뿐이다.

강북구는 구청 광장에 매장을 지어 무상 사용하도록 추진했으나 구 의회가 제동을 걸어 무산됐고, 다른 구청들은 예산 부족으로 매장을 개설할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구청측의 기술 지원도 부족하고, 공동브랜드 광고는 구청소식지.안내책자에 싣는 데 그치고 있다. 은평구청은 예산 부족으로 아예 공동브랜드 홍보 책자도 만들지 못했다.

이에 따라 99년 하루 평균 1백만원을 웃돌던 성북구의 공동상표 '트리즘'의 매출액은 최근 40만원대로 떨어졌다.

서울시 산업정책과 임재섭 팀장은 "의류.가방 등 각 구청 공동브랜드 제품이 겹친다"며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독자적인 품목을 개발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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