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영화] EBS '볼로뉴숲의 여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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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볼로뉴숲의 여인들(EBS 밤10시)=로베르 브레송 감독은 일반인들에겐 낯설지만 '어느 시골사제의 일기''잔다르크의 재판''소매치기''돈''무셰트',최근 방영됐던 '당나귀 발타자르' 등으로 영화 애호가들에겐 경외의 대상이다.

1999년 92세로 작고하기까지 불과 14편만 남긴 과작(寡作)의 작가였지만 각 작품마다 엄격하고 간결한 형식을 장중한 주제로 연결시키는 천재성을 보여주었다.

스토리와 화면 구성에 군더더기가 없어 일견 냉정해 보이지만 인간 존재의 내밀한 모습을 환기시키는 이미지들의 힘은 대단하다.

'볼로뉴숲의 여인들'도 인간에게 내재한 열정과 복수에 관한 영화이다.1945년작으로 그의 셋째 영화.

헬렌(마리아 카사레)은 애인인 장(폴 베르나르)이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선언하자 배신감에 치를 떤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 감정에 눈이 멀어 자제력을 잃기보다는 그를 파멸시키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새 애인을 소개해 그녀에게 빠지게 한 다음 결정적인 순간에 비수를 들이댈 생각인 것이다.

원제 Les dames du bois de boulog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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