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안함 역할’ 강조한 기고문 하루 만에 삭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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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가 언론 기고문을 통해 한국 정부의 신중한 천안함 사건 대응을 긍정 평가하면서, 천안함 문제 처리 과정에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중국 정부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이 기고문은 하루 만에 삭제돼 당국이 막후에서 개입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 당교(黨校) 장롄구이(張璉瑰·사진) 교수는 신민만보(新民晩報)의 인터넷 사이트 신민왕(新民網)에 20일 ‘천안함이 한국을 강경하게 몰아가다, 관건은 (대응의) 강도’란 제목의 기고문을 한국 정부가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한 20일 밤 게재됐다.

장 교수는 기고문에서 “한국 정부는 초기에 북한의 개입을 단정하지 않았고 증거가 확보되면서 결론을 얻었다”며 “과학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민·군이 합동으로 조사에 참가하고 미국·영국·호주 등 여러 나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는 발표 전 많은 나라와 소통하면서 증거와 결론을 소개했다”며 “이런 방식은 국제 관계에서 권장할 만한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의 조사 발표 직후 북한은 전쟁을 언급했다”며 “이는 북한의 전형적인 전술이지만 실제 행동에 옮길 공산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한반도 정세가 복잡해지고 위험해지고 있다”고 장 교수는 우려했다.

중국 정부를 향한 주문도 했다. 장 교수는 또 “중국 정부가 천안함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다”면서도 중국 정부의 역할을 완곡하게 요구했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 원인에 대해 증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편들어서는 안 되고 누구를 위해서 무죄 변호를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장 교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책임지는 대국으로서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를 지켜내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장기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중앙당교(中央黨校)=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약칭. 고급 간부로 성장하기 위해선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마오쩌둥(毛澤東)·류사오치(劉少奇)·화궈펑(華國鋒) ·후진타오(胡錦濤)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쟁쟁한 인사들이 교장을 역임했다. 2007년 12월부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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