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천안함 외교, 중국 끝까지 설득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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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제 우리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제기됐던 각종 의문과 의혹을 뒤로 하고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 면밀히 검토하고 국론을 결집해 행동에 옮겨 나가야 하는 시점에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 일부에서는 조사 결과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거나, 과연 중국이나 러시아가 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우리의 입장을 지지하고 같이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의혹이 될 만한 것을 철저히 해소함으로써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높여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선의(善意)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 중·러에 대한 외교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건설적인 지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의문 제기와 앞으로의 결말을 예단해 스스로 운신과 대안의 폭을 좁히는 것은 수세적이자 패배주의적 사고(思考)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북한에 대해 잘못된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영향력과 입장을 불변의 사실로 수용하고 결코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고착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앞으로 천안함 사건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협의될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론 결집이고, 이러한 토대 위에서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통해 국제공조를 강화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미 미·일 외무장관 회담이 개최되었고, 미·중 전략경제대화, 한·미 외무장관 회담 등 중요한 회담이 예정돼 있다. 또한 정전협정체제 유지 의무를 가지고 있는 유엔군사령부 역시 천안함 문제를 어떠한 절차와 과정을 통해 처리할 것인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은 북한의 유일한 동맹국이자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중국을 어떻게 설득하고 협력을 확보하느냐 하는 문제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대(對)한반도 정책에서 제1의 목표로 삼고 있는 중국은 제재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주장해 왔다. 중국은 지금 북한에 대해 제재할 경우 초래할 긴장 고조의 가능성과 국제사회의 반대편에 설 경우 직면할 비난과 비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각종 양자 간 대화를 통한 설득 노력과 병행해 다양한 다자무대를 적극 활용해 국제여론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한반도에서 진정한 평화와 안정의 질서를 구축해감에 있어 중국 역할론을 강조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의 입장을 변하지 않는 상수(常數)로 하고 우리의 대안(代案)을 제한하기보다는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변수(變數)로 전환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무엇이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조건인지를 강조하고 이에 대한 양국 간 공감대를 만들어 가며, 중국이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제공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천안함 사건은 이를 시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이 바라는 것은 한반도상에서 긴장과 갈등, 대결과 전쟁, 북한의 붕괴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평화와 안전, 그리고 번영이다. 이를 위해선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로 변화해야 한다.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촉진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국력을 확충하고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공고히 해 튼튼한 안보태세를 유지·발전시켜야 한다. 동시에 국제공조와 협력을 더욱 강화·심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 스스로 한계를 정하거나 결과를 미리 예단해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보다 다양하고 입체적이며 전방위적인 외교가 요구된다.

최강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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