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 어린이집 · 학원…우리아이 어딜 보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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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경기도 평촌에 사는 종원이 엄마 최영진(29)씨는 요즘 고민이 많답니다. 네살인 아들을 어떤 교육 기관에 보내야 하는지 쉽게 결정할 수가 없어서예요.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다니는 교육 기관은 유치원.어린이집.놀이방에다 미술 학원.피아노 학원같은 과목별 전문학원까지 종류가 많아요.

이런 다양한 교육 기관들은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유치원은 나라에서 정한 교육과정에 기초해 교육 내용을 운영해요. 어떤 유치원들은 방과 후에 미술.영어 같은 과목별 학습을 시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놀이 중심의 교육 활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어린이집은 유치원보다 아이를 맡아 보호해주는 역할을 좀더 많이 해요. 하지만 유치원과 거의 비슷하게 운영되는 곳도 있어요.

이에 비해 놀이방은 규모가 작고 두 세살 정도의 어린아이들이 주로 가요.

어떤 교육 기관에 보낼지 결정할 때는 우선 교육 내용을 잘 알고 선택해야 해요.

교육개발원에서 유아교육을 연구하고 있는 나정 박사는 "교육 내용으로는 유아들에게 읽기.쓰기 등을 직접 가르치는 프로그램보다는 놀이 중심의 프로그램이 좋다"고 말했어요.

다양한 활동과 놀이 위주의 교육을 받은 유아들이 중학교 때 더 높은 학업성취를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해요.

나박사는 또 "유아에게 너무 일찍부터 과목별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오히려 나중에 지적 발달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어요.

전문가들은 아무리 좋은 기관이라도 집에서 지나치게 거리가 멀다면 곤란하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차를 오래 타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같은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육아사이트 쑥쑥(http://www.suksuk.co.kr)에서 '나만의 교육 다이어리'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 주부 김형란(34)씨는 초보 엄마들에게 "어디를 선택하든 원장 선생님의 교육 철학과 인품을 가장 먼저 보라"고 충고했어요.

중학교 선생님인 김형란씨의 첫 아이는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 전 놀이방 한 곳에 유치원을 세 곳이나 다녔대요. 첫째 아이 때의 경험에 따르면 원장 선생님이 어떤 원칙을 가졌느냐가 전체적인 분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또 상황이 허락한다면 반드시 수업 등을 엄마가 미리 참관해 볼 것을 권했어요.

김씨는 이제 둘째아이를 보낼 교육시설을 고르면서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에 무엇을 배우기를 바라는가'를 스스로 물어본다고 했어요.

그 결과 공부나 소질 개발도 중요하지만 '친구 때리지 않기''밥 먹기 전 손 씻기''어질러 놓은 것 제자리에 놓기'등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기본'들을 잘 배울 수 있는 곳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합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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