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삼일산업 장애인 직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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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 회사에 근무하는 장애인들이 손수 씨를 뿌리고 가꾼 채소를 형편이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며 훈훈한 정을 나눴다. 이들의 정성은 몰아치는 겨울 추위를 녹이고 남았다.

경북 김천시 삼일산업(대표 白奉鉉.38) 직원 38명은 28일 오전 경북 김천역 광장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과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무.배추를 골고루 나눠줬다. 역 광장에서 채소를 받아가는 이들은 시종 환한 모습이었다.

삼일산업은 컴퓨터.휴대폰.복사기 부품을 만들어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업체다. 白대표와 부인 양계향(梁桂香.33)씨를 빼고 이 회사 직원들은 모두 정신.지체장애인이다. 白대표가 '장애인들에게도 자립할 수 있게 일터를 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장애인만 고용했기 때문이다. 직원 가운데 25명은 장애 1.2급으로 중증장애인이다.

장애인들이 이날 오전 6시부터 공장에서 광장으로 날라 나눠준 무.배추는 김천시에서 임대한 감문면 성촌리의 밭 1천9백여평에서 그들이 직접 재배한 것.

이들은 지난 6월 이 밭에 씨를 뿌린 뒤 점심시간 등에 짬을 내 정성껏 가꿨다. 수확량은 10t 정도로 5백여만원어치.

白대표는 "경영이 어려우므로 앞으로 영농을 확대해 직원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는 동시에 자원봉사도 더욱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일산업은 월 평균 1천5백여만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직원 조기숙(39.여.정신지체3급)씨는 "우리에게도 남을 도울 힘이 있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꼈다.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뿌듯함을 맛보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白대표는 "이번 행사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천=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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