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지식인연대 회의] 한중일 공동체 비전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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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족.문화가 다양하고, 인구.경제수준도 다른 한.중.일 세 나라를 '공동체'로 묶으려면-."

동북아 지식인 70여명이 인천에 모여 28~29일 이틀간 토론하는 주제다.

남덕우 전 총리, 송희연 인천대 교수, 박세일 서울대 교수 등이 주축이 된 한국 동북아지식인연대는 '우리나라가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동북아 공동체'를 향한 첫걸음으로 인천 파라다이스 올림포스 호텔에서 국제 세미나를 열었다.

8개월 전 개항한 새 국제공항이 있는 인천에서 동북아 지식인들이 모여 '한국=동북아의 위치적 중심'임을 부각시키는 회의이기도 하다.

회의 주제는 현재 웬만큼 이뤄지고 있는 경제.산업교류의 차원을 훌쩍 뛰어넘어 역사.문화, 심지어 가족.교육.언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다음은 세미나의 주된 내용.

*** 역사책 공동편찬 주장

◇ 갈등을 풀자=일본 도쿄대 사카모토 명예교수는 기조발표를 통해 "이른바 '역사 왜곡 교과서'의 채택률은 결국 0.039%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전쟁 책임에 대한 일본 내의 의견은 각계 각층에 따라 크게 다르다"고 전제,"동북아 공동체를 위해서는 정치.기업인들을 배제한 지식인만의 모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충남대 박찬승 교수는 "궁극적으로 '동북아시아 역사'같은 교과서를 편찬해 역사 인식을 공유하자"고 주장했다.

고려대 김홍규 교수는 한자(漢字)의 전산코드 표준화 등 구체적 방안을 제안했다.

*** 漢字코드 표준화 제안

◇ 실리가 중요하다=미국 워싱턴대 웡교수는 "한.중.일 3국간 교역량이 전체 교역량의 25%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Zone:FTZ) 조성을 통해 교역량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일본의 PHP종합연구소 에구치 부사장, 게이오대 기무라 교수 등도 자유교역에 찬성하며 구체적으로 관세.비관세 무역장벽을 없애고 투자협정.기준인증.지적소유권 관련 제도에 대해 공통 기준을 마련해 국가간 장벽을 걷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칭화(淸華)대 후교수는 "우선 3국이 품목별 동일관세율을 적용하다 비관세품목을 늘려나가자"며 특히 "각국이 향후 5~10년 내에 취할 무역자유화 조치를 분명하게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교통개발연구원 전일수 선임연구위원은 "동북아의 지정학적 여건이 유럽연합(EU) 및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와 상이해 전반적인 공동시장을 형성하기는 어렵다"며 우선은 운송부문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저항이 적고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 '인천선언 2001'채택

◇ '인천선언 2001'=지식인들은 이번 모임을 통해 동북아 통합의 구심체 역할을 할 기구로 '동북아지식인연대(NAIS.Northeast Asia Intellectuals' Solidarity)'를 구성하고,"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기술 등 각 분야에서 동북아 공동체의 실현을 위해 연대하며, 이를 통해 동북아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협력 방향 및 타 지역과의 교류, 협력강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인천선언 2001도 채택했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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