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라크 방공망 공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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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지도부에 대해 막바지 맹공을 펼치는 가운데 미군 전투기들도 27일 이라크 남부의 지휘통제센터를 공습했다.

이날 이라크 공습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유엔 무기사찰단의 재입국 요구에 불응하면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지 하루 만에 이뤄져 대(對)테러 전쟁이 확전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중부군 사령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라크 남부 비행금지구역 상공을 초계비행 중인 미국과 영국 항공기에 대한 이라크의 적대적 위협에 자위권을 행사하는 차원에서 방공망 한 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라크 정부는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미국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라크 관영 INA통신이 보도했다.

모하마드 알 두리 유엔 주재 이라크 대사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면서 "유엔이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지 않는 한 무기사찰단의 입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1998년 무기사찰단을 추방한 뒤 이들의 재입국을 불허해 왔다. 시리아 등 아랍 국가들도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치명적인 실수'라고 비난했다.

한편 미군 전투기들은 27일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조직 알 카에다와 탈레반 지도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의 시설물을 맹폭했다고 28일 외신들이 보도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날 "문제의 시설물은 알 카에다와 탈레반 지도부와 관련이 있는 곳"이라며 "이 시설엔 상당히 중요한 인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의 대 테러동맹의 켄튼 케이스 대변인은 27일 "미 해병 6백명이 칸다하르 인근 비행장에 주둔 중이며 수시간 또는 수일 내로 4백명이 추가 파견될 것"이라 말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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