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이웃 위해 써달라" 토지보상금 5억원 기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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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내 재산이라 하더라도 내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라는 믿음으로 모두 내놓고 가야지.”

70대 유학자가 토지 보상금으로 받은 5억원 전액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아 주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고양 유림서원 봉암(峰巖) 이경무(78 ·고양시 성사동.사진 오른쪽)원장은 26일 고양시청을 방문,“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황교선 고양시장에게 5억원을 맡겼다.

李원장이 내놓은 돈은 자신의 묘 자리로 쓰기 위해 사놓았던 땅이 풍동 택지개발지구로 편입되면서 받은 것으로,세금 등을 제외한 보상금 전액을 주저없이 기탁한 것.

성균관 전의(典儀) 및 고문을 맡고 있는 李원장은 그동안 유학 및 한문 보급과 불우이웃돕기 등에도 앞장 서 왔다.

1991년 사비를 들여 고양시 유학자 28명과 함께 고양 유림서원을 연 뒤 유치원생을 비롯,초·중·고교생과 교사 등을 대상으로 무료 한문교실을 열고 있다.

또 수시로 목돈이 생길 때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고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어려운 이웃들을 도왔다.

특히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전국적인 금모으기 운동이 벌어졌을 때는 집안을 샅샅이 뒤져 금 100돈쭝을 내놓기도 했다.

이 원장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실천하기 위한 작은 행동으로 이해해 달라”며 “앞으로 가난에 찌든 유 ·청년기를 딛고 어렵게 일군 수 만평의 토지도 보상 등으로 현금화되면 모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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