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평야 논값 24% 폭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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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호남평야인 김제시 청하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57)씨는 자녀들 학자금 6백만원 마련과 빚을 갚기 위해 논을 팔려고 내 놓았으나 값이 폭락해 울상이다.

그는 “지난해 이맘때 3천만원 하던 논 한 필지(1천2백평)의 값이 2천5백여만원으로 떨어졌고 그것도 구입자가 없어 앞으로 더 하락 할 것 같다”며 한 숨을 지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천만 ∼ 3천5백만원 보다 최고 1천만원이 폭락한 것이다.군산 ·익산 ·김제시 등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26일 농촌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논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살 사람이 없어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농사 짓기가 편한 부안군 계화도의 농업진흥지역의 경우 한 필지당 평균 3천7백만원이었으나 현재 거래 가격은 3천여만원으로 7백만원이 떨어졌다.

이밖에 고창지역은 4천5백만원에서 3천4백만원으로 24.4%,남원은 4천2백만 ∼ 4천8백만원에서 3천3백만 ∼ 4천2백만원으로 16%,완주군은 4천8백만원에서 4천2백만원으로 11.4% 가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논 값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구입자가 없어 거래는 거의 안되고 있는 상태다.

군산 R부동산의 경우 논을 팔려는 매물은 10여건 2만여평에 이르고 있으나 구입자는 일주일에 1 ∼ 2명에 불과해 사실상 매매가 중단된 상태다.

익산 Y부동산 주인 김종열(47)씨는 “최근 들어 논을 팔려는 농민들이 하루 평균 2∼3명에 이르고 있으나 사려는 사람들의 문의 전화만 하루 2건 정도에 그쳐 앞으로 논 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논 값이 폭락하고 있는 것은 쌀 값 하락으로 농민들이 더 이상 농업을 생업으로 삼을 수 없다는 심리가 팽배한데다 자녀 학자금·농협 부채 상환 등으로 매물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 박모(59 ·군산시 대야면 보덕리)씨는 “농사를 지어 봐야 이익도 없고 몸만 해치는데다 내년도 자녀 학자금 등을 마련해야 해 두 필지를 팔려고 내 놓았다”고 말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매년 휴경기인 이맘때면 논을 팔려는 농민들이 많아 값이 떨어지고 있다”며 “내년 3월쯤이면 다시 상승세로 돌아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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