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교통범칙금 도로 개선에 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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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는 7.4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운전자의 안전의식 부족 때문이다. 또 경제성장으로 급격히 늘어난 교통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안전을 무시하고 소통 위주로 단기간에 도로를 늘린 것도 한가지 이유다.

그동안 운전자의 의식은 많이 개선됐지만 도로 여건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 일례로 1994년 교통사고가 잦은 곳으로 선정된 전국 7천5곳 중 지금까지 3천6백44곳만 개선됐다. 전체의 52%에 불과하다.

정부는 예산상의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면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들이 낸 범칙금을 쓰면 된다. 그러나 범칙금은 현재 정부의 일반예산으로 사용되고 있다.

교통 범칙금을 위험한 도로를 개선하는 데 쓰자는 내용의 '자동차 교통관리개선 특별회계법'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예산 당국의 반대로 법안을 처리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교통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 1968년 이 법을 제정해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경찰의 노력 등으로 올해 교통사고가 급격히 줄었다. 이같은 감소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교통사고가 잦은 위험한 도로를 개선하고 중앙분리대를 신설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예산을 과감히 투입하기는 힘들더라도 운전자들이 낸 범칙금만이라도 전액 교통사고의 예방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박종익 <손해보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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