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적군파 북한서 추방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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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이 지난 30년간 보호해오던 일본 적군파 입북자들을 최근 국외로 추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 서방측 외교관이 밝혔다.

지난달 하순 평양에서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을 면담하고 서울에 돌아온 이 외교관은 북측이 "적군파는 떠났다(They left)고 언급했다"고 전했다.북한 당국은 1970년 3월 일본항공 요도호를 납치한 일본 적군파 6명을 최근까지 평양에서 보호해왔다.

북한의 적군파 추방이 사실일 경우 이는 북한이 미국의 테러 지원국 해제를 위한 사전 조치를 취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테러 지원국 리스트에서 빠지려면 ▶테러 반대 천명▶테러 협약 가입▶적군파 추방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조명록(趙明祿.차수)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를 계기로 테러 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테러자금 조달 억제에 관한 국제협약'과 '인질 억류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에 가입했다. 또한 북한은 지난 5월 적군파의 가족을 먼저 일본으로 귀환시킨 바 있다.

이런 흐름으로 보아 북한이 적군파 입북자들을 조용히 제3국으로 출국시킴으로써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와 관련, 연세대 김용호(金容浩)박사는 "9.11 테러 사태 이후 테러범을 받아줄 국가는 없다"며 "북한이 만일 일본 적군파를 국외로 추방했다면 이들은 결국 일본으로 귀환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측은 북한이 적군파를 추방했다는 정보에 대해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적군파가 추방됐다는 물증(기자회견.사진)이 없다"며 "추방을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가 있기 전에는 테러지원국 해제 가능성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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