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 알티캐스트, 중국 디지털 방송 SW시장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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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최근 알티캐스트라는 이름도 생소한 한국 벤처기업이 중국 선전케이블TV에 디지털 송.수신용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됐다. 국제 입찰에서 미국 등지의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1백만 가구에 대한 소프트웨어 공급권을 따낸 것.

이 회사는 지난달에는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에 대한 공급권도 역시 미국.유럽 업체 등이 참가한 국제입찰에서 따냈다. 중국 선전은 내년 4월부터, 한국은 6월부터 디지털 데이터 방송을 할 예정이다.

알티캐스트의 주 생산품은 디지털 방송의 신호를 송.수신하는 소프트웨어. 디지털방송은 기존 방송에 비해 음질.화질이 좋고 채널 수도 크게 늘릴 수 있다.

특히 방송국이 보내주는 프로그램만 보는 게 아니라 시청자가 TV를 보다가 물건을 사고 싶으면 즉석에서 주문하는 등 인터넷처럼 쌍방향 통신을 할 수 있다. 그러려면 송.수신이 다 돼야 하는데 이 핵심기능을 하는 게 바로 알티캐스트의 소프트웨어다.

이 회사의 지승림(池升林.52)사장은 "세계 표준을 선점하고 마케팅을 강화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디지털방송은 크게 미국식과 유럽식이 있는데 처음부터 이를 겨냥해 기술을 개발, 세계 최초로 양쪽 표준에 적합한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발해냈다는 것.

직원 1백20명 가운데 4분의 1을 석.박사급 연구원으로 충원하고, 매출도 없으면서 수년간 1백억원이나 쏟아부은 결과다. 또 마케팅을 위해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池사장은 "먼저 물건을 사줄 상대방의 레이더에 걸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국제방송전시회마다 참가해 이름을 내밀었다"며 "이젠 기술.자본 제휴 의뢰 등도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알티캐스트는 1999년 초 대기업 간부를 지낸 김문영씨가 창업했다. 이 회사의 아이템을 유망하다고 본 삼성그룹이 1백50억원을 투자해 재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池사장은 26년간 삼성그룹에 몸담으며 구조조정본부 기획팀장(부사장)을 지낸 뒤 지난해 9월 이 회사의 대표이사로 합류했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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