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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브레이크 없는 민노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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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정철근 정책기획부 기자

"단위 사업장에서는 완전 총파업으로 투쟁 지침을 내렸는데 갑자기 6시간 부분 파업이라니…. 민주노총을 탈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노총이 6시간 시한부 총파업을 강행한 26일 민주노총 게시판은 이처럼 강경 투쟁을 주장하는 조합원의 목소리가 많았다.

심지어 현 이수호 위원장 지도부가 너무 온건하다며 '노무현 정권의 2중대' '고교 친구인 노동부 장관과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인신공격성 글도 눈에 띄었다.

이번 총파업에 대해 무리한 강경 투쟁이란 비난 여론이 크지만 노조 내부에선 오히려 "더 세게 싸워야 한다"는 강경론이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결정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치 브레이크 없는 과속 트럭이 달리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강경 투쟁으로 치닫는 관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사실 이번 총파업을 결정하면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나름대로 많은 고심을 거듭했다. 열린우리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데다 파업 찬성률이 35%밖에 안 되는 등 투쟁 동력도 모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화를 주장하면 '타협론자'로 몰아치는 조직 분위기 때문에 파업 유보론은 설 땅이 없었다.

민주노총의 투쟁 중심 문화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조직을 확대하고 지키는 데는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노동계를 둘러싼 외부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입했고 여당에도 노동계 우호세력이 많다. 비정규직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할 때 노동계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행처럼 총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쓰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민주노총은 마치 총파업이 전체 노동자의 뜻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파업을 비난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이제 '그들만의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결코 곱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정철근 정책기획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