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문화재 2,700여점 파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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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워싱턴 AFP=연합]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지난해 카불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문화재급 고대 미술품 중 인물상 등 생물을 바탕으로 만든 2천7백50점을 파괴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 미술품 파괴가 탈레반 문화공보장관과 재무장관 등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보도하고 이들은 이 작품들이 너무 활기찰 뿐 아니라 자신들이 믿는 신의 개념을 손상시킨다는 이유로 이런 행위를 저질렀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역사학자인 야햐 모헤브자다는 "첫날에는 관리 2명이 돌로 미술품을 파괴했으나 다음날 도끼를 들고 부쉈으며 나중에는 탈레반 병사들이 큰 망치를 들고 가세했다"며 "한 장관은 미술품 파괴를 막으면 도끼로 머리를 날리겠다고 나를 협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미술품 대부분이 사라졌다며 이제 1974년에 펴낸 관광 안내책자를 보지 않으면 아프가니스탄에 어떤 문화재가 있었는지도 모르게 됐다고 한탄했다.

탈레반의 이같은 문화재 파괴행위는 지난 3월 바미얀의 고대 석불을 파괴하기 전까지는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의 고고학자인 압둘 라우프 자케르는 탈레반이 96년 집권한 후 첫 3년간 이슬람 율법을 극단적으로 해석해 서구 문화를 배척한 것은 물론 음악.영화.텔레비전 등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자케르는 "탈레반이 왜 고대 유적을 적으로 삼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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