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퇴직 뒤 일군 '2모작 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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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모작(二毛作)인생을 일구는 데 어찌 잠 못 이루는 밤이 없었겠습니까."

대전고와 성균관대 상학과를 나와 1971년 한국주택은행에 들어간 뒤 지난 3월 국민.주택은행의 합병과정에서 부행장을 끝으로 직장을 떠난 김승동(57.金昇東)씨. 그가 오는 26일 니혼(日本)대에서 부동산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金씨는 "퇴직 당시 은행측에서 자회사 임원직을 제의했지만 고민 끝에 가시밭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의 생활신조는 절차탁마(切磋琢磨). 앞만 보고 달려온 듯한 그에게도 갈고 닦을 돌이 하나 있었다.

金씨는 92년 도쿄사무소장으로 근무할 때 니혼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박사과정에 등록했다. 그래서 퇴직 후 학문에 매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문에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기억력이 뚝 떨어져 어려움이 컸다. 자료를 수집하고 논문 지도를 받기 위해 일본을 20여차례 들락거리다 과로로 쓰러져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의 학위 논문은 '한국의 주택공급에 있어서 주택금융기관의 변혁에 관한 연구'.

이 논문은 10년 전 주택공급률 1백%를 달성했지만 90년대 후반 거품이 꺼지면서 나락의 길을 걸어온 일본 주택금융기관과 비교할 수 있는 사례 연구다. 이 때문에 교수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金씨는 "앞으로 성냥갑 같은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일본에서는 주택 신축자금보다는 개량이나 도시환경 정비용 자금의 대출이 더 많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복지 차원의 주택담보 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金씨는 "앞으로 미국과 일본에서 선진 주택금융 사례와 이론을 좀더 공부한 뒤 국내에서 저술 및 연구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택은행 공채 1기인 그는 재직 중 주택청약예금과 신재형저축 등 주택기금 관련 상품 개발의 주역으로 국민포장과 대통령.재무부장관.건설부장관상을 받았다. 또 『일본의 주택금융과 정책』을 번역했다.

글=최현철,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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