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휴카드 1,592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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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회사원 김모(26.여)씨의 지갑 속에는 네장의 신용카드가 있다. 출근할 때는 교통 제휴카드인 A신용카드를 이용한다. 백화점에서는 할인 및 무이자 할부 혜택이 많은 B카드를, 현금서비스를 이용할 땐 수수료가 낮은 은행계 C카드를, 영화관에 갈 때는 무료입장 혜택을 주는 D카드를 쓴다.

신용카드사의 제휴카드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젊은 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 전에 샐러리맨들이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갖고 다닌 것은 대부분 현금서비스를 돌려가며 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제휴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골라 쓰기 위해 여러 장의 카드를 갖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1992년 제휴카드가 첫선을 보인 이래 지금까지 1천5백92종의 제휴카드가 나왔다. 이 중 지난해 3백89종, 올 들어 5백46종 등 전체의 60%에 이르는 9백35종의 제휴카드가 최근 2년새 등장했다.

이처럼 제휴카드가 늘면서 신용카드 발급건수도 급증했다. 지난 9월 말까지 발급된 신용카드는 8천1백19만장으로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1인당 3.5장 꼴이다.

제휴 서비스 종류도 다양해졌다.자동차.정유카드 등 제조.유통분야 제휴카드는 물론 인터넷 및 문화.통신.금융 서비스 분야의 제휴카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월드컵 카드.애견사랑 카드.바둑사랑 카드 등 동호인 제휴카드도 나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업계 1위 다툼이 뜨거운 LG.삼성 두 라이벌 카드사가 제휴카드 경쟁을 후끈 달궜다. 올해 나온 제휴카드 5백46종 가운데 LG카드가 1백77종, 삼성카드가 1백54종이다. LG카드 관계자는 "앞으로 고객의 생활과 관련된 거의 모든 종류의 제휴카드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휴카드가 많아지면서 편리한 점도 있지만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요즘 들어 '신청도 안했는데 신용카드가 배달됐다'는 소비자 불만 접수가 부쩍 늘었다. 이 중에는 인터넷 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제휴 카드사의 회원으로 자동 가입된 경우도 상당수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조대운 상담원은 "신용카드사와 인터넷 업체의 제휴가 늘면서 원하지 않는 카드를 배달받았다는 불만이 매일 한두건씩 들어온다"며 "카드를 반송하면 되지만 번거로움을 피하려면 인터넷 회원에 가입할 때 가입 약관을 꼼꼼히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별로 쓰지도 않는 카드를 많이 갖고 있으면 연회비 부담만 늘어난다"며 "자신에게 적합한 카드를 한두개 선택해 집중적으로 쓰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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