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고문 '민생 거국내각'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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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김근태(얼굴) 고문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거국(擧國)내각을 제안했다. 그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金대통령과 원내 1.2.3당,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金고문은 "한나라당이 대통령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선거 관리를 위한 중립내각을 하자는 것은 오직 대선에만 관심이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거국내각을 구성해 경제와 민생, 내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金고문측은 거국내각 주장에 대해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수행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거대 야당의 책임론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주변에선 "金고문이 공세의 초점을 당내 동교동계에서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에게로 옮겨 '반(反)이회창'진영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金고문은 "사람들은 李총재가 쓰는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공격하며 "정치자금을 투명화하지 못하면 또 다른 게이트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날 노무현 고문의 신승남 검찰총장 퇴진 발언으로 시끄러웠던 민주당은 김근태 고문의 거국내각 발언에 또 한번 속앓이를 해야 했다.

거국내각 구성은 대통령의 조각권(組閣權)과 관련되는 예민한 사안이다.

권력을 나누는 효과가 나타나는 거국내각 요구가 여당 내에서 나온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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