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벙덤벙 체험] 서울 신가초등생 '에너지 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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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에너지 절약…'

모두들 말로만 많이 들었을 뿐이지 행동으로 옮긴 경우는 거의 없을 거예요. 하지만 서울 가락동 신가초등학교의 학생들에게는 '에너지 절약'이 몸에 배어 있었어요.

신가초등학교는 최근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에서 주는 '올해의 에너지 대상'을 받았어요. 에너지 절약 활동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왔기 때문이래요.

이 학교 학생들의 에너지 절약을 살펴보기 위해 학교를 직접 찾아갔어요.

복도랑 교실에는 아이들이 만든 에너지 절약 가족신문, 에너지 절약 캐릭터, 에너지 절약 일기, 에너지 절약 글짓기와 표어.포스터, 에너지 절약 만화와 동시 등이 가득했어요.

어떻게 에너지를 절약하는지 궁금해서 에너지 절약 일기랑 글짓기를 읽어봤어요.

1학년 지승우란 아이가 쓴 글짓기 내용이에요.

"욕조에서 물이 줄줄줄. 저런!저런!샤워기를 사용해 봐요. 욕조에서 목욕할 때 드는 물은 1백10ℓ. 샤워기로 목욕할 때 드는 물은 30ℓ. 샤워기로만 목욕한 뒤 우리집 수도 요금은 6월 1만1천4백30원, 7월 1만5백10원, 8월 9천4백80원."

신가초등학교 친구들은 물을 아끼기 위해 수도 꼭지는 반만 열어서 사용하고, 빨래는 모아서 한꺼번에 빤대요. 큰 아이들은 조금 창피하겠지만 욕조 목욕은 온 가족이 같이 한대요.

이 학교 본관2층에는 에너지 교육관이 있어요. 여기에서 백열등이랑 형광등, 절전형 전구를 켜 전력 소비량이 숫자로 표시되는 걸 봤더니 절전형 전구의 전력 소비량이 제일 작았어요.

4학년 1반은 집에서 절전형 전구를 사용하고 있는 친구들이 41명 중 12명 뿐이었는데 8월에는 41명 전부로 늘었대요.

5학년 김장훈이란 친구의 엄마도 기름을 절약한 이야기를 써 놓으셨어요.

"승용차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학원에 아이들을 데려다 줬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고 신나게 다닌다. 나도 아이들의 굴레에서 벗어나 내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었다. 한달에 절약한 연료비는 5만원. 작은 실천이 주는 큰 기쁨이었다."

신가초등학교에서는 재활용도 열심히 한대요. 재활용도 크게 보면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래요.

이 학교 김수일 교육과정부장 선생님 말씀.

"폐휴지를 수집해 한달에 생기는 돈이 무려 1백만원이에요. 이 돈으로 아이들에게 어린이날 선물이랑 생일 선물을 줘요."

이때까지 에너지 절약이란 학교에서 글짓기나 포스터, 표어만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고 실천하려는 노력을 해 본 적은 없어요. 그러나 이번 취재를 통해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게 됐어요.

우리 가족, 우리 학교. 나아가 온 국민이 에너지를 절약했으면 좋겠어요. 에너지 절약, 우리 모두 다 함께!

장혜지 중앙일보 어린이 명예기자.서울 잠원초등 6년

사진=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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