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로비자금 1억원 행방 묘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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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 MCI코리아 회장 김재환(金在桓)씨가 지난해 진승현(陳承鉉)씨측으로부터 수표로 받았던 로비자금 1억5천만원 가운데 1억원은 누구 손에 있을까.

검찰은 지난해 金씨가 陳씨측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1억원과 1억5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또 11억원 가운데 7억2천만원은 변호사 선임 비용조로 쓰고 3억8천만원은 차명계좌에 보관해 온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金씨가 陳씨측으로부터 10만원권 수표로 받은 1억5천만원 가운데 ▶전 검찰청 직원 金모씨에게 수고비로 줬다는 1천만원과▶정성홍(丁聖弘)전 국정원 경제과장에게 빌려줬다는 4천만원 등 5천만원의 사용처만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해 나머지 1억원은 '金씨가 보관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용처 등에 대한 자금추적작업을 벌이지 않았으나 실제로 金씨가 보관하고 있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또 金씨에게 4억2천만원(3억8천만원+4천만원) 횡령 혐의를 적용하면서 1억원 부분은 처벌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金씨가 가지고 있는지도, 누구에게 준 사실도 확인되지 않으면 통상 횡령혐의를 적용하는 관례에 비춰 보면 당시 수사팀이 1억원의 행방을 짐작하고도 덮어버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1억원이 정.관계 인사들을 비롯, 국정원 관계자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번 재수사에서 행방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1억5천만원 가운데 4천만원에 대해 金씨는 지난해 "丁전과장에게 빌려주었다"고 진술했으나 최근 丁씨는 "빌리거나 받은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어 검찰이 1억5천만원의 행방을 추적하다 보면 저절로 4천만원이 실제로 丁씨에게 전달됐는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현재 金씨의 주변 인물들은 "金씨가 지난해 '丁씨에게 돈을 준 것은 사실이나, 빌려줬다고 말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며 1억5천만원 중 상당액이 국정원 관계자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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