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현장'에 목숨 건 종군기자들 해마다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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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몸서리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전쟁터를 떠나지 않았고 내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호자바하우딘에서 취재 중인 영국 BBC 방송의 케빈 비숍 기자는 비록 힘들지만 생생한 현장을 전달한다는 사명감과 의지로 꿋꿋하게 전쟁터를 누비고 있다고 말한다. 지구촌이 분쟁과 전쟁으로 얼룩지면서 종군기자들의 희생도 해마다 늘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전장(戰場)에서 종군기자들은 목숨을 건 취재를 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지켜줄 보호막은 많지 않다.

총탄이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가고, 발밑에서는 언제 지뢰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비는 방탄복.화생방 장비.헬멧 등. 그나마 일부 언론사만 지급하고 있을 뿐이다.

BBC 방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종군기자들에게 일주일간의 군사교육을 시켜 전장에 파견하고 있다. 총상처치법.부상자 운반법부터 지뢰매설지역 파악요령, 벽.차량을 이용한 은폐.엄폐 방법 등을 가르친다.

교전상황이 아니더라도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식수.음식물.잠자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말라리아 등 풍토병에 항상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노트북.위성전화.사진기 등 무거운 취재장비를 메고 하루에도 수십㎞씩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육체적으로도 예삿일이 아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이미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서방기자 7명이 싸늘한 시신으로 변했다. 국제기자연맹(IFJ)은 올들어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95명의 언론종사자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종군기자들에게 최악의 해는 94년이다. 르완다.보스니아.알제리 등에서 터진 내전으로 1백57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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