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좋다] 30년 전 엄마 옷 고쳐 입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3면

오래된 흑백영화에서 본 듯한 낡은 가죽 코트와 손때 묻은 스웨터….

옷장 속에서 30년 전 추억을 전하던 옷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복고 열풍 덕분이다.

요즘 최신 패션을 알고 싶으면 엄마가 처녀시절에 입던 옷들을 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길고 넓은 칼라와 과장된 어깨의 가죽 코트는 유행의 첨단이다. 가죽 재킷 하나로 젊음과 반항을 표현했던 과거와 한껏 가까워진 듯하다.

직장생활 1년차인 김현정(25.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씨는 올 겨울 어머니의 갈색 스웨이드 가죽 반코트를 즐겨 입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안입던 옷이에요. 나이 들어보이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올해는 그 옷이 세련돼 보이네요. 입고 나서면 다들 어디서 샀냐며 물어봐요."

이 갈색 반코트는 30년 전 김씨의 아버지가 스페인 출장길에 선물로 사온 옷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더니 이 옷을 제 딸이 입게 되는군요"라는 김씨의 어머니 김연의(51.주부)씨는 "결혼하고 살이 쪄서 못 입게 된 옷인데 딸이 입은 것을 보니 30년 전 내 모습이 생각나 기분이 새롭다"고 말한다.

주부 손양지(29.충북 청주시)씨가 요즘 즐겨 입는 보라색 스웨터도 어머니 최근순(52)씨의 옷이다. 어머니의 스웨터를 입은 손씨는 "요즘 탤런트 이씨가 통신사 광고에 입고 나온 옷과 비슷하죠□"라고 묻는다.

보라색 스웨터뿐 아니다. 손씨가 즐겨 입는 검정색 가죽 스커트, 와인색 가죽 반코트는 엄마보다 손씨가 더 자주 입는 옷들이다.

젊은 시절 알아주는 패션 리더였던 김씨의 옷장엔 당시에 유행하던 옷들이 가득하다.

맘보 스타일의 리바이스 청바지, 징 장식이 박힌 베이지색의 트렌치 코트 등은 20년 전 추억을 되살려 주는 옷들이다.

박혜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