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재일 화가 김창영 초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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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일본에서 활동하는 화가 김창영(44)씨는 20여년동안 모래밭만을 그려온 것으로 이름높다.

캔버스나 목판에 접착제로 모래를 엷게 바른 뒤 그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농담과 그림자를 표시해 모래밭의 형상을 만든다. 실재와 가상 이미지가 겹쳐진 그의 작품은 눈속임을 통해 입체감을 만드는 극사실 묘사의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그의 초대전이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22일~12월 1일)과 부산의 코리아아트(12월7~16일)에서 차례로 열린다. 출품작은 언제나 같은'Sand Play'(모래장난) 연작.

대구 출신인 작가는 20대 초반 부산에 잠시 머물 때 해운대 백사장을 통해 평생 작업의 계기를 만났다고 한다.

모래밭에 숱하게 찍힌 발자국들이 파도에 밀려 하룻밤새 말끔히 지워지는 모습을 보고 삶과 예술의 다시 생각하게 된 것.

이때부터 그는 모래작업으로 존재의 근원과 본질을 물어왔다.

그는 "현대미술이라고 해서 특별히 실험을 하고 있지는 않다. 나는 언제나 내 자신의 내부에서 나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 작품에는 이론적인 장식은 없다"고 단순하게 말한다.

계명대 회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1980년 중앙일보 미술대전에서 모래작품 '발자국'으로 대상을 차지했다.

82년 일본에 건너가 소오케이 미술학교와 동경예술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현지에서 활동 중이다. 일본 모래는 거무스레해 한국의 노랗고 밝은색 모래를 수입해서 쓴다고 한다.

지난해엔 도쿄의 우시고메-가구라자카 전철역 벽면에 대형벽화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는 96년부터 해마다 시카고, 쾰른, 바젤 등의 국제아트페어에 참가해 성가를 날리고 있으며 99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제4회 샤르자 비엔날레에서는 대상을 받기도 했다.

내년 상반기에 미국 마이애미의 코메노즈 화랑에서 초대전도 예정돼있다. 02-544-8481.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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