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학교'에 도시학생들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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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유학룡(13.6년).학민(11.3년)군 형제는 지난 9월 전북 임실군 운암면 임실초등 마암분교로 전학 왔다.

아버지가 직장을 옮겼다거나 다른 집안 사정 때문이 아니다. 어머니 조남숙(35)씨가 자식들에게 자연 속에서 인성교육을 시키기 위해 선택한 길일 뿐이다.

전교생이 16명에 불과,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던 이 시골 학교에 도시 초등생들이 몰리고 있다.

유군 형제 외에 최근 2명이 더 전학 온 데 이어 다음달엔 4명, 내년 2월에는 6명 등 10명이 전학올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1961년 개교 이래 최대인 학생수가 30명이 된다. 여기에다 올들어 전학을 문의하는 학부모만 4백명이 넘고 있는 실정.

하지만 교사가 3명뿐인데다 교실도 부족해 학교측은 이들의 전학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학생들이 마암분교로 몰리는 것은 흙.물 등 자연과 함께 자유로운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 한명이 두개 학년을 맡아 가르치는 이 학교 수업의 특징은 자연시간이면 학생들은 냇가.들녘으로 나가 직접 곤충.물고기 등을 관찰토록 하고, 국어시간엔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들고 야외로 나가 시를 쓰도록 현장체험 학습을 위주로 하는 것.

덕택에 올해 전교생이 쓴 시를 모아 발간한 『달팽이는 지가 집이다』 등 97년부터 다섯권의 시집을 냈다.

내년에 아들을 전학시킬 김연자(39.서울 동작구 사당동)씨는 "직접 와 보니 학생들의 얼굴이 해맑고 감성이 풍부한 게 듣던 소문대로"라며 좋아했다.

시 '섬진강'으로 널리 알려진 김용택 교사는 "부모들의 전학 문의 전화가 하루 평균 수십통씩 걸려와 수업을 못할 정도"라며 "자연 생태학습 등 체험학교로 특화한 대안학교로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마암분교를 대안학교로 만들고 싶지만 교사들이 오지 근무를 기피하기 때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임실=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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