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골잡이의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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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골잡이의 역할은 비단 골을 넣는데만 그치지 않는다.위협적인 슈팅이나 프리킥 한방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한다.13일 한국과 크로아티아의 2차전은 골잡이의 이런 역할을 잘 보여준 경기였다.

한국은 전반 초반 크로아티아의 파상공세에 밀려 좀처럼 분위기를 역전하지 못했다.경기 시작 3분만에 크로아티아의 골란 블라비오비치에게 골포스트에 맞는 헤딩슛을 내주는 등 여러 차례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그런 한국의 수세 분위기를 공세로 돌려놓은 것은 최용수의 멋진 슈팅이었다.

전반 17분 이을용이 절묘하게 찔러준 침투패스를 최용수가 가슴으로 잡아 크로아티아 골문을 향해 왼발로 힘껏 때렸다.비록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이 시점부터 한국은 수세에서 벗어나 공세로 돌아섰다.

분위기를 한국 쪽으로 돌려놓은 최용수는 전반 42분 김남일의 패스에 이어받아 어려운 위치에서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절묘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물론 이런 골잡이의 역할이 한국 쪽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전반 한국에 선제골을 내준 크로아티아는 전반에 부진했던 블라오비치와 벨딘 카리치 대신 밀란 라파이치와 믈라덴 페트리치를 투입했다.이 교체는 적중했고 크로아티아는 경기의 주도권을 다시 잡았다.

후반 17분 한국 수비를 넘겨 보리스 지브코비치에게 정확히 연결된 라파이치의 프리킥은 멋진 동점골이 됐다.바로 골잡이 라파이치의 정확한 프리킥 하나가 경기 분위기를 역전시킨 것이다.

이어 후반 27분 페트리치도 비록 골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한국 골키퍼 이운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중거리포로 자신들이 잡은 주도권을 이어갔다.바로 골잡이의 역할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장면이었다.

광주=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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